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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대문인데···평화시장은 쓰고 두타는 못쓰는 비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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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서 매장 바닥에 옷을 담은 비닐봉지가 늘어서 있다. 김정연 기자.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서 매장 바닥에 옷을 담은 비닐봉지가 늘어서 있다. 김정연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내 상가. 건물 곳곳에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둘다 ‘대규모 점포’ 사용금지 원칙 #‘전통시장 배려’ 시장만 단속 안해

하지만 1층의 반찬가게에 들어가 보니 포장된 반찬을 담는 검정 비닐봉지가 벽 한쪽에 줄줄이 걸려있었다. 직원에게 ‘비닐봉지 사용 금지에 대해서 아느냐’고 묻자 “비닐봉지를 쓰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다. 상가 관리사무소에서 알려주긴 했지만 일단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상가건물에 위치한 가게. 벽에 비닐봉지가 줄줄이 걸려 있다. 이 건물은 '대규모점포'로 지정돼 비닐 사용이 전면 금지된 곳이다. 김정연 기자

서울 중구의 한 상가건물에 위치한 가게. 벽에 비닐봉지가 줄줄이 걸려 있다. 이 건물은 '대규모점포'로 지정돼 비닐 사용이 전면 금지된 곳이다. 김정연 기자

환경부와 지자체는 지난달 1일 대규모 점포와 165㎡ 이상 슈퍼마켓의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에 대해 단속을 시작했다.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대규모 점포’는 지자체에 등록된 연면적 3000㎡ 이상 상점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대규모 점포는 922개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일부 대형마트·복합쇼핑몰을 둘러봤는데, 거기는 일회용 봉지를 쓰지 않고 있었다.

비닐 단속 대상인지 모르는 곳도

서울 중구 한 상가건물에 붙어있는 '사업장 1회용품 사용규제' 안내문. 김정연 기자

서울 중구 한 상가건물에 붙어있는 '사업장 1회용품 사용규제' 안내문. 김정연 기자

작은 가게들이 모인 일부 상가 건물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런 상가 건물도 대규모 점포에 해당한다. 일부 규모가 큰 아파트 상가도 마찬가지다.

건물에 들어 있는 점포 크기와 상관없이 상가 건물이 대규모 점포에 해당하면 일회용 비닐봉지를 쓸 수 없는데도 지키지 않는 데가 더러 있었다.

아예 모르는 점포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내 상가 건물의 슈퍼마켓에서 과자 몇 개와 음료를 샀다. 주인은 말없이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줬다.

이 점포의 사장은 “우리 가게는 50평 미만이라 적용 대상이 아닌 줄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가게도 대규모 점포로 분류된 상가 건물에 입점해 있기 때문에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다.

시장은 되고 쇼핑몰은 안 되고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서 손님들이 옷을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김정연 기자.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서 손님들이 옷을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김정연 기자.

정부 당국은 전통시장은 사실상 단속하지 않는다. 서울 동대문 두타·aPM 등 도소매 쇼핑몰은 위반하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린다. 이런 데는 대부분 종이 가방을 쓰고 있다. 도매업의 특성을 감안해 물품을 담는 50L 이상 대규모 비닐만 쓸 수 있다.

반면 인근 제일평화시장은 같은 의류 도소매 시장이지만 전통시장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단속하지 않는다.

2일 오후 찾은 제일평화시장에서 손님들은 저마다 옷을 담은 비닐봉지 한두 개씩을 들고 있었다. 매장 바닥에도 미리 옷가지를 담아 봉해둔 비닐봉지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동대문 상인들 사이에선 “똑같이 옷을 파는데 왜 누구는 (비닐 사용이) 되고 누구는 안 되냐”는 불만이 나온다.

전통시장에 속하는 남대문시장·서울풍물시장·경동시장 등도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영세 상인들의 어려움을 고려해서 전통시장은 아직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고 있다. 점차 일회용 비닐봉지를 덜 사용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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