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인싸] ‘청년 1급’과 ‘중년 4급’의 부조화…靑 청년비서관 인선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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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이남자(20대 남자)’ 지지율 하락 등 심상찮은 2030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여권이 두 팔을 걷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ㆍ정부ㆍ청와대는 2일 국회에서 청년정책 당정협의를 열고 청와대에 청년문제를 전담할 ‘청년정책관실’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무총리실에는 부처별 청년 정책을 종합 관리할 컨트롤 타워(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민주당에서는 ‘청년미래연석회의’를 띄워서 당ㆍ정ㆍ청 삼각편대를 구축한다는 방침입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정책 당정청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정책 당정청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 중에서도 청와대 청년정책관실을 이끌어 갈 ‘청년 비서관(가칭)’이 누가 되느냐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립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청년 비서관은 최소한 1급 공무원 이상의 직위와 권한을 가져야만 청년 정책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요구”라며 “가급적 30대에서 ‘첫 청년 비서관’ 역할을 잘 수행해 줄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직제상 비서실장·정책실장은 장관급, 수석비서관은 차관급입니다. 그 다음인 1급 비서관에 30대가 임명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파격 인사인 셈입니다. 지난 달 1일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청년기본법 통과를 호소하다 울어버린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도 후보군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사진)이 1일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중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사진)이 1일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중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말이 1급이지 실제로는 3,4급 행정관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한 당 관계자는 “‘청년 1급’과 ‘중년 4급’의 부조화 속에서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가능할 지 걱정”이라며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자리가 임기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더군다나 2020년 4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청년 비서관 자리가 탐탁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20대 국회 최연소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해영(42) 의원의 생각은 다릅니다. 김 의원은 “1급이 될지 2급이 될지 모르지만 청년 정책을 전담하는 사람이 정해진다면 굉장히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 연석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기본법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 연석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기본법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국무총리실 산하에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만들려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청년기본법이 통과돼야 합니다. 청년기본법은 한마디로 만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들의 문제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입니다. 20대 국회 출범 직후인 2016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1호 법안으로 청년기본법을 당론으로 발의 했습니다. 2017년에는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이명수 위원장)에서 여야 합의로 특위안을 제출했습니다. 여야 간 뚜렷한 입장 차가 없는데도 여러 쟁점 법안에 밀려 빛을 못 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20대 국회 첫 날인 2016년 5월30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의안과에서 당론 1호로 발의하는 청년기본법을 포함한 9개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중앙포토]

20대 국회 첫 날인 2016년 5월30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의안과에서 당론 1호로 발의하는 청년기본법을 포함한 9개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중앙포토]

안타깝게도 이제는 청년 정책이라는 용어에 피로감 마저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 지난해 5월 만 19~34세 남녀 900명에게 정부와 지자체의 청년정책에 대해 물어봤는데 인지도는 34.9%, 만족도는 13%에 불과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도 “청년정책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하면 될 정책에 나이 제한 두는 걸 청년정책이라고 하지는 않기를 바란다”는 조소섞인 평가가 나옵니다. 하긴 청년비서관을 임명하든, 청년정책조정위를 설치하든 제도나 형식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겠죠. 청년들에겐 뻔한 선심성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로 삶이 나아졌다고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이 절실한거니까요. 정부와 정치권의 심기일전을 기대해봅니다.
김경희·윤성민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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