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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프랑스·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을 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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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탁월한 아름다움을 무기로 한류를 몰고 온 연예인들 때문일까. 중국.동남아 등지에선 한국 연예인을 닮으려 성형까지 감행한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급기야 세계 유수의 화장품 업체들이 한국 여성만을 위한 제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한국 여성들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다. 아이러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이런 세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한국의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의 정샘물 원장과 프랑스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다미앙 뒤프렌이 만나 의견을 나눴다. 뒤프렌은 카스텔 바작과 존 갈리아노 등의 패션쇼 메이크업을 담당했고, 2001년부터 태평양 헤라의 메이크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정샘물 원장은 전지현.이효리.송혜교.보아 등 유명 연예인들의 메이크업룩을 만들어낸 대표 아티스트다.

한국과 프랑스의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정샘물 원장(左)과 다미앙 뒤프렌. 김태성 기자

# 단아함과 겸손함을 살려라

먼저 서로가 중앙일보 독자들을 위해 제안한 메이크업룩을 살펴봤다. 참고로 둘 다 헤라의 제품을 사용했고, 같은 모델이 참여했다. 결과는 상당히 달라 보인다. 정 원장의 룩은 뒤프렌의 룩에 비해 아무래도 한국 여성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 동양인 특유의 날렵한 눈매를 자연스레 살려준 뒤프렌과 달리 정 원장은 하늘색의 파스텔 톤 눈화장으로 눈이 커보이는 효과를 주었기 때문이다.

뒤프렌의 설명은 이렇다. "한국 여성은 아주 한국적인 미를 가지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물론 자기 자신을 어떻게 꾸미는가는 선택의 문제지만 눈이 찢어진 사람이 그것을 커버하려고 애쓰는 것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너무 할리우드식을 좇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 원장은 자연스러움보다 신비로움을 택했다. "대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델의 첫인상은 신비로움이었다. 다양한 컬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애썼다." 아무래도 한국 여성에게 더 익숙한 정 원장에겐 찢어진 눈매가 그다지 큰 호감을 준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생각하는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엔 공통된 답변을 내놨다. "단아함과 겸손함이 한국 여성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화려한 외모가 아니라 가장 한국적인 내면의 정서가 동.서양을 불문하고 미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런 점에서 정 원장은 성형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형은 인간의 내면을 병들게 하는 것이다. 외모 때문에 사람을 만나기조차 두려워하는 여성들에겐 힘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성형이란 내면의 주체성을 해친다. 아름다워 보이는 게 아니라 불안해 보인다." 그러나 뒤프렌의 의견은 달랐다. 성형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문제라는 것. "자신의 단점을 교정하거나 세월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 등은 자기 만족을 위한 행위다." 하지만 "성형은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위험한 장난"이라는 말로 지나친 성형에 대해선 경계심을 표시했다.

# 한국 여성은 투명한 피부가 장점

매일 기초 화장품만 10가지 이상을 사용한다는 한국 여성들. 전 세계에서 고급 영양 크림에 대한 선호도도 가장 높다. 이 같은 특징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에게 비친 한국 여성들의 최고 강점은 '투명한 피부'다.

두 사람이 추천하는 여름 메이크업룩도 투명함이다. 뒤프렌은 "매우 가벼워 거의 화장을 하지 않은 것 같은 룩을 제안한다. 단지 공기 중의 빛과 태양 빛을 잡아둘 정도를 원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한국인 특유의 건강한 피부색을 살려 자연스럽고 생기 있게 연출하라"며 '동안 신드롬'에 맞춘 화장을 권했다.

그렇다면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한국의 메이크업 또한 영화나 가요 못지 않게 아시아인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반응은 긍정적이다. 아니 이미 투명한 피부를 내세워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한국 여성의 화장 성향에 중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전한다. 정 원장의 설명이 이채롭다. "일본인은 너무 요염하고 기교적이다. 자기 자신만을 강조하고 싶어한다. 중국 여성들은 대륙적 기질 때문인지 스케일이 크고 과격하다. 중국과 일본 모두 주변 공간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무시하고 있다. 조금 힘을 뺀 한국 여성들의 화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 정상급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화려한 한국 여성'보다는 유난히 깨끗함을 강조하는 '자연스러운 한국 여성'이 '아시안 뷰티'의 기준으로 더 적합해 보이는 듯하다.

조도연 기자 <lumiere@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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