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퇴직금 갑질 논란… 수산시장 상인회 "진심으로 사죄"

중앙일보

입력

퇴직금(700만원)을 1000원짜리 7000장으로 지급해 ‘갑질 논란’ 등이 불거졌던 충남 보령의 상인들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했다. 언론 보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비난이 확산하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충남 보령시 대천항 수산시장 관계자가 30일 오전 보령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불러진 '퇴직금 갑질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보령시]

충남 보령시 대천항 수산시장 관계자가 30일 오전 보령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불러진 '퇴직금 갑질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보령시]

충남 보령시 대천항 수산시장 관리위원회는 30일 보령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천항 수산시장 상인을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정신적·물질적 아픔을 겪은 피해자 A씨(65·여)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지난 28일 갑질 논란이 처음 알려진 지 사흘 만에 나온 입장이다.

대천항 수산시장, 기자회견 갖고 공동사과문 발표 #상인들 "도저히 용납될 수없는 상황 심각성 인지" #피해 근로자 재취업 돕고 '근로기준법' 준수 다짐

수산시장 관리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상인들은 이번 사태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업방해 등 불공정한 고용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상인회 스스로가 반성하겠다고도 했다.

관리위원회는 “이번 일로 피해를 본 피해자와 대천항을 이용해온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앞으로 자정 노력을 통해 친절하고 쾌적한 최선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시 대천항의 횟집에서 일한 직원이 퇴직금으로 받은 1000원짜리 7000장. [사진 KBS 화면 캡처]

충남 보령시 대천항의 횟집에서 일한 직원이 퇴직금으로 받은 1000원짜리 7000장. [사진 KBS 화면 캡처]

2014년 5월부터 보령시의 한 횟집에서 일했던 A씨(65·여)는 올해 초 일을 그만두면서 업주에게 퇴직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업주는 “그렇게 다 받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통장으로 300만원을 입금했다.

4년간의 퇴직금으로는 적다고 판단한 A씨는 더 줄 것을 요구했지만, 업주는 “안 된다”고 버텼다. 결국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고 관계 당국은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업주에게 “700만원을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퇴직금 지급을 기다리던 A씨는 지난달 “퇴직금을 준비했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고 횟집으로 갔다. 돈은 1000원짜리 7000장이었다. 업주는 “직접 세어보고 가져가라”고 했다. 1000원짜리 7000장을 받아든 A씨는 노동부에 자신이 당한 일을 하소연했다. 노동부가 이유를 묻자 업주는 “감정이 상해서 그랬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때만 해도 A씨는 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가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알아본다는 소문이 돌자 일부 상인들이 “A씨를 고용하지 말자”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상인들은 A씨를 고용한 업주에게도 해고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다 못한 A씨는 새로운 업주가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해 스스로 일을 그만뒀다.

충남 보령시 대천항의 횟집에서 일한 직원이 퇴직금으로 1000원짜리 7000장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보령시민은 물론 누리꾼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대천항 전경. [사진 보령시]

충남 보령시 대천항의 횟집에서 일한 직원이 퇴직금으로 1000원짜리 7000장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보령시민은 물론 누리꾼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대천항 전경. [사진 보령시]

1000원짜리 퇴직금까지는 견뎌냈던 A씨는 더는 참지 못하고 노동부에 옛 업주를 신고했다. 보령지청은 퇴직금을 늦게 지급한 혐의(퇴직급여보장법)로 해당 업주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는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한 뒤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며 “상인들의 압박이 있었는지를 조사해 취업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령=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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