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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버스 7월부터 주 52시간…‘버스대란’ 예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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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국 노선버스 노조가 29일 일제히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에 들어가기 전 관할 노동위원회에 해법 모색을 의뢰하는 절차다. 조정이 결렬되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버스 노조는 다음달 15일 총파업할 방침이다.

한노총 “기사 1만5000명 이상 필요” #노조, 쟁의조정 신청 … 총파업 수순 #정부·국회·지자체는 해법 못 내놔

버스 노조의 협상과 쟁의행위는 통상 지역별로 이뤄진다. 지역마다 여건이 달라서다. 그러나 올해는 전국 동시 파업이 예고됐다. 7월부터 주당 최대 52시간제가 적용되는 데 따른 현상이다. 노조는 ▶인력 충원 ▶임금 감소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노사분규와 달리 노선버스 노조의 협상 대상은 회사가 아니다. 노선 배분 등 수익과 근로조건을 좌우하는 정책과 지원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어서다. 서울이나 인천 등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도시는 지자체가 경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공영제는 토지 공개념처럼 버스에 공개념을 적용한 제도다. 버스에서 나온 모든 수입을 지자체가 일괄 수거한 다음 각 버스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지급한다. 운송비를 제외한 적자분 전액을 지자체가 보전한다. 운행은 회사가 하되 의사결정이나 책임은 지자체가 지는 공공경영시스템인 셈이다. 적자노선 폐지 방지나 경영개선,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하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자동차노련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1만5000명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채용인력이 1250명에 그쳤다”며 “정부와 자치단체, 회사가 어떤 대책도 못 내놓는 상황에서 파행 운행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29일 정책연구보고서를 통해 당장 필요한 인력을 1만8234명으로 추산했다.

한국노총 연구원은 탄력근로제를 제안했다. 버스는 50년 넘게 법정 근로시간 예외(근로시간 특례) 업종으로 운영되면서 격일제(하루 일하고 하루 쉼)나 복격일제(이틀 일하고 하루 쉼) 같은 장시간 근무체계로 운영돼 왔다. 버스의 특성상 운행 중 교대도 쉽지 않다. 그래서 연구원은 “탄력근로제를 활성화해 하루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근무 일수를 줄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필요인력과 비용은 절반으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덧붙였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은 국회에서 막혀 있다. 법 개정 뒤 하위 법령 정비에 통상 3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버스 대란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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