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서 발견된 여중생 시신…30대 의붓아버지 “성추행 주장에 범행”

살인 일러스트. [중앙포토]

여중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한 30대는 의붓딸이 자신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데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살인·사체유기 영장신청 방침 #계획범죄 무게…차량서 살해 후 유기 #28일 14살 여중생 저수지서 떠올라

광주 동부경찰서는 29일 “의붓딸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로 긴급 체포된 김모(3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 사이 전남 목포의 한 도로에서 의붓딸 A양(14)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숨진 A양을 자신의 차량에 싣고 돌아다니다가 광주 지역의 한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씨는 A양이 ‘의붓아버지가 성추행을 했다’며 친부모에 말한 것을 놓고 다투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A양이 최근 자신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하면서 아내인 A양 친모와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자신의 친부에게도 김씨가 성추행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10여 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목포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내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당일 A양 친모와 다툰 뒤 공중전화를 이용해 A양을 불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대화를 하자”며 A양을 차량에 태운 뒤 말다툼을 하다 A양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경찰은 휴대전화가 아닌 공중전화를 사용한 점 등으로 미뤄 김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보고 수사 중이다.

범행 일러스트. [연합뉴스]

이후 김씨는 A양을 차에 태우고 다니다가 지난 28일 오전 5시30분께 광주광역시 동구에 있는 한 저수지에 유기했다. A양 시신은 같은 날 오후 2시57분께 저수지 물속에서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신고자는 “차를 타고 가다가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물에 떠오른 시신이 보였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A양은 옷을 입은 상태였으며, 시신 상태는 양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양의 신원을 확인한 뒤 친모에게 알렸다. 김씨는 A양의 시신이 발견된 지 3시간 만에 경찰 지구대를 찾아가 자수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성추행 피해 주장을 놓고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의 성추행에 대한 진정서를 경찰서에 접수했다”는 A양 친부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아울러 경찰은 김씨에 대한 추가 조사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