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김정은, 트럼프 일대일 접촉 원해" 푸틴 6자회담론 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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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부자 25년간 경제 지원 챙기곤 다섯 번 비핵화 약속 어겨"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6자 회담 가동 제안과 관련, “과거에 실패한 접근”이라고 일축했다. “김정은도 최소한 지금까진 일대일 접촉을 원한다고 본다”고 하면서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연쇄 회담을 통해 ‘북ㆍ중ㆍ러 연대’ 복원을 시도한 데 대해 북ㆍ미간 일대일 비핵화 해결이 우선이라고 쐐기를 박은 셈이다.

金-푸틴-시진핑 연쇄 회담에 "북미 양자 해결" #"6자, 과거 실패한 접근, 트럼프 3차 회담 원해, #중·러 제재 집행 강화하면 북한 협상 복귀할 것"

볼턴 보좌관은 28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 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며 “그는 꽤 강하게 그렇게 느끼고 있으며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6자회담 제안을 수용할지, 여전히 김 위원장과 일대일 외교를 최선의 접근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와 긴밀한 협의를 했고, 우리는 중국ㆍ러시아와도 협의하고 수주 전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협의했다”며 “그들을 (논의에서) 배제한다는 게 아니라 단지 6자 회담은 우리가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정은도 미국과 일대일 접촉을 원하며, 이것이 그가 취해온 입장”이라고도 말했다.

볼턴은 "김정일·김정은 위원장 부자가 지난 25년간 경제적 보상만 챙긴 뒤 다섯 번 비핵화 약속을 어겼다"며 단계적 접근 반대를 거듭 밝혔다. 하노이 회담 결렬로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비핵화(영변)와 일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단계적 접근'을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과거 정책을 살펴보면 대답은 노”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과거 단계적 접근 시도는 모두 실패했고, 김정은과 그의 아버지는 지난 25년동안 경제적 지원을 챙긴 다음에는 어떻게 해서든 명시적으로 했던 다섯 번의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측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건 김 위원장의 하노이 제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어준 문으로 걸어 들어와 훨씬 밝은 경제적 미래로 향하도록 그를 설득하려고, 이른바 '빅딜'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대통령은 올바른 때가 되면 3차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6일 베이징에서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포럼 만찬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6일 베이징에서 제2차 일대일로 국제협력포럼 만찬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EPA=연합뉴스]

거꾸로 러시아와 중국을 향해 대북 제재 집행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둘 다 제재 집행을 강화할 수 있다”며 “최근 몇달 간 꽤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더 엄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대북 압박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며 결국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시작하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렇게 볼턴이 러시아·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건 이들 나라가 미국에 반기를 들 입장이 아니란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협상이 막바지인 상황에서 시 주석은 움직일 여지가 별로 없다. 러시아는 최근 한반도보다 중동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두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원유 금수 조치와 관련해 이란을 지지하면서도 당장 큰 반사이익을 보는 나라가 산유국 러시아다. 더 애틀린틱은 "푸틴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도 한반도 플레이어라는 걸 상징적으로 재확인하는 정도로 기대치가 낮았다"며 "동북아에선 암묵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 대북 정책도 맞춰가고 있다"고 전했다.

볼턴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한 것을 “북한이 아니라 러시아와 한국을 관통하는 철도 연결 가능성을 모색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역 규모가 크진 않지만, 푸틴은 그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를 추진한다는 데 확신한다”며 “이게 푸틴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러시아의 이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 연결을 통해 러시아 국익을 추구하려는 게 북러 정상회담의 목적이었다고 분석한 셈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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