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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세상]버려진 비누에 새 숨결 … “필리핀 쓰레기마을 어린이에 보내요”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일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NGO 옮김이 주최한 '폐비누 재활용 수제비누 만들기' 워크숍에 시민 30여명이 참가했다. 채홍기(29)씨와 김유진(27)씨가 재료로 사용할 비누 베이스와 폐비누를 자르고 있다. 고석현 기자

지난 20일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NGO 옮김이 주최한 '폐비누 재활용 수제비누 만들기' 워크숍에 시민 30여명이 참가했다. 채홍기(29)씨와 김유진(27)씨가 재료로 사용할 비누 베이스와 폐비누를 자르고 있다. 고석현 기자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청년청 3층 세미나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시민 3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자원재활용 활동을 하는 NGO 옮김(이하 옮김)의 ‘호텔 폐비누 재활용’ 워크숍에 참가했다. 지난 6일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워크숍이다. 카카오의 온라인 기부 사이트 ‘같이가치’가 참가자를 모았다.
옮김은 호텔에서 사용한 폐비누를 새 수제비누로 만들어 해외 빈곤지역 아동에게 보내고 있다. 옮김에 따르면 전국 호텔에서 하루 3만6000여 개의 비누가 버려진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김태승(28)씨는 “평소 기부에 관심이 많았는데 봉사도 하고 데이트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참가했다”고 말했다.

'NGO 옮김', 호텔 폐비누 재활용해 #해외 빈곤지역 위생교육 위해 보내 #지난 20일 시민 30여명 봉사활동 #"스트레스 풀리고 남 돕는 일 뿌듯"

호텔 객실의 비누는 향기와 거품이 남아있지만 한 번 사용했다는 이유로 모두 폐기한다. 소독이 이미 완료된 폐비누는 새 것처럼 깨끗했고, 은은한 향기도 남아있었다. 고석현 기자

호텔 객실의 비누는 향기와 거품이 남아있지만 한 번 사용했다는 이유로 모두 폐기한다. 소독이 이미 완료된 폐비누는 새 것처럼 깨끗했고, 은은한 향기도 남아있었다. 고석현 기자

윤태환 옮김 사무국장은 "정선 강원랜드 등에서 안 쓰는 비누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며 “4년 전까는 세척만 해서 전달했는데 받는 곳에서 다른 사람이 쓴 거라 그냥 쓰기가 망설여진다 해서 공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비누를 만들기 위해 먼저 비누 베이스를 녹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비누 베이스를 양철통에 담아 전기레인지의 불을 올리자 걸쭉하게 녹아내렸다. 고석현 기자

재활용 비누를 만들기 위해 먼저 비누 베이스를 녹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비누 베이스를 양철통에 담아 전기레인지의 불을 올리자 걸쭉하게 녹아내렸다. 고석현 기자

방법은 폐비누 표면을 새 비누로 감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새 비누의 원료인 비누 베이스를 녹인다. 깍둑썰기한 비누 베이스를 양철통에 담고 전기레인지(핫플레이트)의 불을 올리자 10여 분 뒤 걸쭉해졌다. 여기에 색소와 아로마 오일을 섞어, 색과 향을 더했다. 그런 다음 비누 모양을 만든다. 육각형 틀에 비누 베이스를 3분의 1가량 채운 뒤 조각낸 폐비누 40g을 올렸다. 그 위에 다시 비누 베이스를 부어 굳혔다. 폐비누 조각을 중앙에 넣는 걸 제외하면 가정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수제비누 제조 과정과 비슷했다.

육각형 틀에 비누 베이스를 3분의 1가량 채운 뒤 조각 낸 폐비누 40g을 올리고, 다시 비누 베이스를 부어 굳히면 새 수제비누가 완성된다. 고석현 기자

육각형 틀에 비누 베이스를 3분의 1가량 채운 뒤 조각 낸 폐비누 40g을 올리고, 다시 비누 베이스를 부어 굳히면 새 수제비누가 완성된다. 고석현 기자

비누를 딱딱하게 굳혀 상자에 담는 것으로 작업은 끝났다. 참가자들은 2시간 동안 폐비누 100여 개를 80개의 새 수제비누로 만들었다. 딸과 함께 참가했다는 김수영(52) 씨는 “쓸모없어진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새 물건으로 만들며 ‘자원 선순환’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아람(28) 씨는 “손으로 비누를 만들며 참가자들과 대화하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며 “오늘 만든 비누가 빈곤지역 어린이들의 위생교육에 도움된다고 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작업을 마친 김아람(28)씨와 김유진(27)씨가 자신이 만든 수제비누를 들어보이고 있다. 고석현 기자

작업을 마친 김아람(28)씨와 김유진(27)씨가 자신이 만든 수제비누를 들어보이고 있다. 고석현 기자

옮김은 이렇게 만든 비누를 필리핀 톤도, 태국 매솟 등 29개국 빈곤지역에 보내왔다. 지난 8년간 전달한 비누가 5만여개에 달한다.
옮김은 크레파스와 이면지도 비슷한 재활용 과정을 거쳐 이 지역 아동에게 보내고 있다. 특히 ‘쓰레기마을’로 불리는 톤도는 세계 3대 빈민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예정 옮김 대표는 “재활용 수제비누는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 위생 교육에 사용된다”며 “오는 8월 옮김의 활동가 두 명이 톤도 SRD센터를 직접 찾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나현·고석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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