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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늘 “정책 역량 총동원”…그래서 무엇을 했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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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호 34면

모두 쇼크에 빠졌다. -0.3%를 기록한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4%에서 1.8%로 대폭 내려 잡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덤덤하다. 청와대는 그저 “대외 경제 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만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높은 성장을 기록한 기저 효과”라고 덧붙였다. “그러니 어쩌란 말이냐. 별 위기 아니다”라는 투로 들린다.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 한국 경제엔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10% 안팎이던 서울 강남대로 주변의 사무실 공실률은 두 배로 뛰었다. 올 초 171조원이었던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불과 3개월여 만에 27조원이 깎였다. 자영업자들의 비명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물론 여기에는 대외 여건도 작용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미국 주식시장은 초호황이고 중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성장률을 달성했다. 대조적으로 한국은 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진단하듯, 소득주도 성장과 친노동정책의 부작용이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는 바람에 고용 재앙이 빚어졌다. 무작정 정규직을 늘려 고용시장의 유연성은 더 떨어졌다. 결과는 소비·투자 동반 위축이다. 수출마저 쪼그라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저 나라 밖만 탓한다. 정책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다.

심지어 위기마저 인식하지 못하는 듯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다”고 엉뚱한 데 화살을 돌리고 있다. 민생 현장의 아우성엔 귀를 닫은 것 같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위기 극복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실제가 그렇다. 성장 쇼크에 대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반응은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것이었다. 판에 박힌 말이다. 지난해 말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도, 올 1월 고용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똑같이 말했다. 그래서 한 게 무언가.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 같은 땜질용 추가경정 예산 정도다. 소화기 암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소화제를 처방하는 격이다.

“금융위기 때처럼 청와대 지하벙커에 비상상황실을 차리라”는 주문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현실 위기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정책 오류가 없었는지 겸허히 점검하는 것 또한 필수다. 정책 재건축 없이는 가용 정책 총동원이란 백약이 무효일 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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