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중’에도 국회 찾은 황교안 “다시 독재와 싸우는 현실 안타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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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상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새벽 국회를 찾았다. 선거법ㆍ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디데이(25일)를 넘기고도 여야 대치가 극렬하게 이어지던 중이었다.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0시 30분쯤 국회 본관에 들어섰다. 장례식장에서 입은 검정색 넥타이에 검정 정장 차림 그대로였다. 황 대표는 여야 대치 상황을 간략히 보고받은 뒤 나경원 원내대표, 한선교 사무총장 등과 함께 의원ㆍ보좌진들을 찾아다니며 격려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국회 본관 220호 앞이었다. 공수처법 처리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쓰일 것이 예상돼 한국당 의원ㆍ보좌진 20여명이 ‘인간 방어벽’을 치고 있었다. 이들은 황 대표의 깜짝 방문을 박수로 환영했다.

황 대표는 이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고생이 많으십니다”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법치를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그 2중대ㆍ3중대들이 국회에서 할 수 없는 일(강제 사보임)을 하루에 2번이나 했다”고 강조했다.

빙부상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새벽 국회 본관을 찾아 보좌진을 격려하고 있다. 김준영 기자

빙부상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새벽 국회 본관을 찾아 보좌진을 격려하고 있다. 김준영 기자

그러면서 “다시 독재와 싸워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앞으로도 반드시 좌파독재를 막고 우리 자유민주체제를 굳건히 지키는 선봉이 돼달라”며 구호 제창을 제안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헌법수호! 독재타도!”를 외쳤다.

황 대표는 이외에도 의원과 보좌진들이 방어선을 구축한 245호, 3층 운영위원회 회의실, 4층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6층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회의실, 7층 의안과 등을 차례로 찾아 격려했다. 행안위 회의실 앞에선 의원 20여명과 비공개회의를 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40여분 정도 국회에 머문 뒤 이날 오전 1시 14분쯤 다시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당초 황 대표의 국회 방문은 예정된 게 아니었다. 전날 황 대표가 당원들에게 “조용히 상을 치르고 복귀하겠다. 대여투쟁에만 집중해달라”고 했던 만큼, 황 대표가 발인(27일) 후 투쟁 대오에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됐다.

빙부상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새벽 국회 본관을 찾아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준영 기자

빙부상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새벽 국회 본관을 찾아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준영 기자

실제 황 대표가 국회행을 결정한 것도 25일 자정 직전이었다고 한다. 대표실 관계자는 “조문객을 받느라 국회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던 황 대표가 25일 밤늦게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난 뒤 국회로 가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가 접한 내용은 민주당의 심야 규탄 시위였다. 민주당은 25일 오후 11시 30분쯤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해찬 대표 등 의원ㆍ보좌진 90여명이 참석한 ‘불법폭력 회의 방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한국당이 회의 진행을 방해하면 국회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다. 불가항력적 상황이라도 사개특위 회의를 반드시 열겠다”고 공언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상중임에도 대치 중인 국회를 찾아 당원들을 격려해 리더십 공백감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 같다. 당 사기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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