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총리실로 공 넘어가..."신공항,10년 넘게 걸릴 수도"

중앙일보

입력

부울경 검증단이 김해신공항 계획에 대한 총리실의 검증을 요청했다. [중앙포토]

부울경 검증단이 김해신공항 계획에 대한 총리실의 검증을 요청했다. [중앙포토]

 "이렇게 되면 2026년 완공 계획은 물 건너가고 자칫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을 겁니다. "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이 24일 "정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은 안전, 소음 등 여러 면에서 불가하다. 총리실이 판정위원회를 꾸려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가 한 말이다.

부울경 검증단 "김해신공항 절대 불가" #국토부 "안전과 소음 등 문제없어"반박 #평행선 속에 총리실의 재검증 불가피 #대통령도 2월 초 재검토 가능성 시사 #ADPi 뛰어넘을 검증단 구성 어려워 #"어떤 결론 나와도 또다시 논란 일 것" #"정치적 고려로 신공항 이슈화" 비판도 #연이은 논란 속 10년 이상 표류 가능성

 이 관계자는 "국내 연구기관은 못 믿겠다고 해서 세계적인 공항설계 전문회사인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에 용역을 맡겨서 나온 결과인데, 이것마저 뒤집는다면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나오든 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날 부울경 검증단이 내놓은 '김해신공항계획 타당성 검증보고서'를 두고도 당장 국토교통부의 반박이 나왔다.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도.[제공 부산시]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도.[제공 부산시]

 부울경 검증단은 보고서에서 ▶신설 활주로 주변에 임호산 등 장애물이 있어 항공기 충돌 위험이 있고 ▶소음 영향이 크고 ▶신설 활주로 길이가 실제 필요보다 짧고 ▶항공수요도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용식 국토부 신공항기획과장은 "장애물과 충분한 안전공간을 확보했고, 소음영향은 현재보다 감소하며, 신설 활주로도 3200m면 장거리 운항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영남권 인구가 이미 2015년부터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수요도 그것에 맞게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국토부 내에선 부울경 검증단이 당초 공동검증을 제안하고서는 이를 어기고 자체 기준에 따라 검토를 진행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검증단의 검증보고서도 상당히 주관적인 내용으로 판단된다"며 "검증단에 어떤 인사들이 있는지도 공개하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울경 검증단과 국토부가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공은 총리실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2월 초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의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 5개 지자체가 합의를 하고 안될 경우 총리실 차원에서 김해신공항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을 검증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낙연 총리도 지난 3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해신공항 문제가) 만약 조정되지 않고 표류하게 된다면 총리실에서 나서 조정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도 김해신공항 논란에 대한 총리실 차원의 검증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중앙포토]

이낙연 총리도 김해신공항 논란에 대한 총리실 차원의 검증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중앙포토]

 이미 부울경 검증단이 대구와 경북은 제외하고 검증을 추진하는 등 5개 지자체의 합의는 사실상 물 건너 갔기 때문에 남은 건 총리실 차원의 재검증뿐이다.

 물론 총리실이 재검증에 나서기 전에 국토부와 부울경 검증단 간 협의를 요청할 가능성은 있지만, 입장차가 워낙 커 진전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총리실이 대통령의 약속과 부울경 검증단의 요청에 따라 재검증위원회 또는 판정위원회를 꾸린다고 해도 논란의 소지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ADPi의 용역 결과도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높은 수준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현재 분위기에서는 총리실이 어떤 식으로 위원회를 꾸린다고 해도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행보가 신공항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형동 대구시 대변인은 "신공항 문제는 이미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이 다가오는 시점에 다시 논란을 일으키는 건 다분히 정치적인 요소가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울경 검증단의 단장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도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검토하고 결론 내야 할 공항 분야에 정치가 개입하면서 갈수록 일이 더 꼬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