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서울사이버대 차이콥스키홀에선 피아노와 첼로·바이올린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협연이 이뤄졌다. 무대 가운데 놓인 피아노에는 총 7명의 연주자가 번갈아가며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모두 17세 이하로 ‘제1회 영(YOUNG) 차이콥스키 국제 온라인 피아노 콩쿠르’ 결선 진출자들이다.
“더 좋은 연주 들려주고 싶다”고 포부 밝혀 #1·2차 온라인 경연 17세 이하 대회 중 유일
서울사이버대와 ‘영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 대회는 전세계 17개국에서 총 163명이 참가했다. 17세 이하 대상 콩쿠르 중 세계에서 유일하게 1·2차 경연 모두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1차를 통과한 30명 중 2차에서 최종 7명이 결선에 올랐다. 마지막 승부는 서울사이버대 본교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통해 겨뤘다. 대회를 주최한 이은주 서울사이버대 총장은 “피아노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게 하려고 1·2차 경연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며 “콩쿠르의 문턱을 낮춘 덕분에 흙 속에 숨어있던 진주 같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난 뒤 1·2위를 차지한 아키토 타니(15·일본)와 김세현(12·예원학교1)군을 만났다. 타니는 국제대회에서 첫 수상을 했고, 김군은 결선에 오른 참가자 중 최연소다. 그들은 “피아노를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 자리까지 오게 돼 영광이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 수상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 정말 기쁘다. 지도 선생님과 가족에게 감사하다. 국제무대 수상 경험이 없어 부담 없이 연주한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 (아키토 타니)
-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 몰랐다. 심사위원과 지도 선생님,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결선 진출자 중 나이가 가장 어려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었다. 덕분에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김세현)
- 대회 참가 계기는 뭔가.
- 현재 재학 중인 고교의 지도 선생님이 추천했다. 만약 콩쿠르가 현지에 직접 가서 연주하는 형태였으면 참가하기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하지만 1·2차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져 마음 편히 도전했다. (타니)
- 지난 1월 서울 모차르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아카데미에 참여했는데, 그곳에서 콩쿠르 포스터를 봤다. 국제 콩쿠르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때라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김)
- 어떤 마음으로 연주했나.
- 곡을 이해하기 위해 작곡가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했다. 오케스트라를 들으면서 시대적 배경을 상상해 보려고 노력했다. (타니)
- 작곡가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연주했다. 그런 마음으로 연주하면 나 자신이 좀 더 낮아지고, 겸손해진다. 또 연주하는 곡의 작곡가는 더 빛나게 된다고 믿는다. (김)
-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3·5살 터울 위의 형들도 모두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 연주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고 믿은 어머니의 권유 덕분이다. (타니)
- 4살 때 부모님이 ‘피아노 한 번 배워보겠느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한 게 시작이었다. 피아노를 치는 게 재밌어서 즐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김)
-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나 롤모델은.
- 우크라이나 태생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를 존경한다. 음악의 울림이나 색이 끌린다. 리스트·차이콥스키·라흐마니노프의 곡 해석에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곡을 잘 이해하고 연주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로비츠 같은 연주를 하는 게 꿈이다. (타니)
-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과 예프게니 키신, 그리고 201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한 조성진이다. 짐머만의 연주는 소리를 정교하게 내고, 음악에 마음을 담으려는 게 느껴진다. 키신은 음과 음 사이를 끊지 않고 원활하게 연주하는 게 감동적이다. 조성진은 자연스러운 음악의 흐름 때문에 좋아한다. (김)
- 앞으로 계획은 뭔가.
- 국제 콩쿠르에 많이 참가해서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고 싶다. (타니)
- 천천히, 침착하게, 멈추지 않고 음악공부를 하는 것이다. 아직 배울 게 많고, 접해보지 못한 작곡가도 많다.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분하게 여러 작곡가의 곡들을 공부하고 싶다. (김)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