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변인’ ‘구걸’ 발언에 발끈한 이해찬 “정치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대변인’ ‘구걸’ 등의 표현을 쓴 데 대해 여당이 발끈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김정은의 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야당 대표가 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다시 한번 그런 발언을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를 처음 시작한 분이 그렇게 입문해서 막판을 무엇으로 끝내려 하느냐”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는 훈계도 덧붙였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서 “문 대통령이 경제 살릴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 “대북제재를 풀어달라고 사방팔방 구걸을 하고 다닌다” “문재인 정권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좌파천국을 만들었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규탄 장외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규탄 장외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자유한국당이 광화문에서 저급한 망언과 막말 대잔치를 벌였다”며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저열하고 치졸한 험담을 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통령의 노력을 구걸이라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구태정치이자 후진 정치”라며 “우리 국민 모두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데 황교안과 한국당은 여전히 80년대 낡고 음습한 수구냉전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극언은 공당의 대표로서 입에 담기 어려운 언어폭력”이라며 “도로친박당, 색깔론이라는 자유한국당의 민낯을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제1야당 대표가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을 북 지도자의 수하 정도로 묘사하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며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문제가 됐음에도 황 대표가 이를 다시 꺼내 든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해영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에서 색깔론과 원색적인 구호가 가득했다”며 “정쟁을 유발시키는 자극적인 언어는 정치불신과 국민분열만 초래한다”고 말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자유한국당은 망언이 일상화되고 분열의 정치가 버릇처럼 된 상황”이라며 “저주와 분열의 정치를 멈추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은 물론 대한민국에도 심대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의 막말 선동정치에 대해 충고하는 것조차 시간 낭비”라고 일축했다.

이날 강훈식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정도 되면 정치 막말의 끝장판이라 본다”며 “대한민국 대통령마저도 유신시대 공안 검사의 시각으로 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국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아픔이 무엇인지, 왜 나가라 망가져 가고 있다고 한탄하고 계시는지 이런 말씀을 듣고 있다”며 “무너져가는 경제, 흔들리는 안보, 정말 무능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외교정책에 대해 방향과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여당의 집단 반발에 대해 “듣지 않으면 행동할 수밖에 없고 이 참상을 알리면서 국민들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