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 없어 KLPGA 3수한 이승연, 4개 대회만에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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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KLPGA]

이승연. [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 이승연(21)이 21일 경남 김해 가야 골프장에서 벌어진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 3라운드에서 3더파 69타를 쳐 합계 10언더파로 우승했다. 이승연은 올 시즌 5개 대회를 치른 KLPGA 투어에서 조아연(19)에 이어 두 번째 우승한 신인이다.

장하나, 김아림의 추격에 흔들리지 않고 최종 라운드 내내 1위를 지켰던 이승연은 17번 홀에서 선두를 내줬다. 이승연이 3퍼트로 보기로 9언더파로 밀렸고, 한 조에서 경기한 최예림이 버디를 잡아 10언더파가 됐다.

이승연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그리곤 마지막 홀에서 당차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동반자들보다 30야드 정도 멀리 공을 보냈다.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한 장점이 있었다. 선두 최예림의 아이언샷은 핀 근처에 맞고 약 10m 지나갔지만, 이승연은 웨지로 공을 높이 띄워 홀 1m 옆에 붙였다.

선두 최예림은 2퍼트를 하면 최소 연장전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최예림의 첫 번째 퍼트는 짧았다. 공교롭게도 이승연의 마크가 홀과 최예림의 공 사이에 있었다. 최예림의 파 퍼트 거리가 이승연의 버디 퍼트보다 멀다는 표시였다.

최예림의 파 퍼트는 1m 50cm가 되지 않는, 넣을 수 있는 거리였으나 홀이 외면했다. 최예림은 3퍼트로 보기를 했다. 이승연은 약 1m 퍼트를 신중하게 살핀 후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이승연은 비운의 선수로 꼽혔다. 2017년 2부 투어에서 2승을 하고도 KLPGA 출전권을 못 땄다. 당시 상금이 큰 호반건설 챔피언십이 생겼는데 그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승연은 상금 랭킹 7위로 밀려 6위까지 주는 티켓을 놓쳤다.

시드전에 나가 출전권을 딸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날 무너졌다. 이승연은 눈물을 흘리며 경기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어머니 박경남씨는 "당시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 골프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한 해 전 시드전에서도 이승연은 실력 발휘를 못 하고 미끄러졌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승연은 박민지 등 또래 엘리트 선수들보다 2년 정도 늦게 KLPGA 투어에 왔다.

그런 이승연은 지난해 2부 투어 상금왕을 차지하더니 올해 KLPGA 4번째 경기 만에 우승했다. 이승연은 승리를 확정한 후 스코어카드를 쓰다가 눈물을 흘렸다.

박경남씨는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딸이 책도 많이 보고 웨이트 훈련도 많이 했다. 당차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저께 내 생일이었는데 승연이가 선물은 내일 모레 드리겠다하더니 진짜 우승을 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키 1m 60cm의 이승연은 올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 259야드로 2위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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