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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변협 회장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발밑의 현재를 봐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우상조 기자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우상조 기자

“이제 변호사들은 고개를 숙여 겸손하게 본인이 어디에 서 있는지 봐야 합니다. 변호사들이 누렸던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발밑에 있는 지금 현재를 봐야죠."

"변호사, 더 이상 '소수 엘리트' 아냐" #"무한 경쟁, 평생 공부에 익숙해져야" #"변호사 활동 무대 지금보다 넓어져야"

이찬희(54)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변호사들도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변호사는 소수 엘리트가 아니고, 소수 엘리트여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2월 취임한 이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내부의, 외부의 시선을 바꾸는 게 변협 회장으로서의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이 회장은 변호사를 바라보는 내부적 시선, 즉 변호사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사법시험 한 번만 잘 봐서 평생이 보장됐던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며 “이제 변호사는 평생 공부할 각오, 평생 경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시험을 일본식 ‘소수 엘리트 양성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정량 평가에 익숙하고 사법시험이라는 한 번의 시험으로 서열주의를 고착시켰다”며 “하지만 어렵더라도 우수한 사람을 매번 평가받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공정한 시스템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제도를 통해 배출된 변호사들이 법조 시장에서 ‘평생 경쟁’을 통해 법률 소비자에게 평가받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변호사가 되어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며 “특히 변호사 시장에서도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기 위한 변호사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단, 이 회장은 변호사들이 ‘무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전제로 “플레이그라운드가 지금보다 더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가 일할 수 있는 직역을 지금보다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법률 담당 행정 공무원의 경우, 다른 시험이 아닌 로스쿨 출신의 법률 전문가가 그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정부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정부”라며 “제도만 만들어 놓고 변호사들을 양성하는데, 정작 배출된 변호사들이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원래 로스쿨 제도의 원칙은 다수의 법조인을 배출해 우리 사회에 변호사가 진출하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다수의 법조인을 배출하면서 다른 영역으로의 진출은 묶어버리니까 변호사들이 국가 제도의 피해자가 되어 버리는 식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도 원래 도입 취지대로 국가가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변화시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이 회장도 현재 로스쿨 교육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시험 합격을 위한 공부 이외의 것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변호사 시험 합격이 너무 어렵다 보니 이 외의 다른 실무 수업 등을 학생들이 할 여력이 없다”며 “변호사 시험 과목을 줄이고 기본적인 것은 학교에서 이수했으면 통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개선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의 시선이 변호사라는 직업을 ‘사회적 보험’으로 봐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변호사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법률적인 위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변호사를 통한 법률 조언을 통해 사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비용도 줄이고 혼란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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