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산지 父 "내가 더 젊어보여. 호주로 보내달라"…7년 체류비 74억원

중앙일보

입력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피신한 끝에 11일(현지시간) 전격 체포돼 경찰 차량으로 압송되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7)가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피신한 끝에 11일(현지시간) 전격 체포돼 경찰 차량으로 압송되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7)가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어산지가 끌려 나오는 것을 봤는데 좋아 보이지 않았다. 74살인 내가 47살인 그보다 나아 보여 충격을 받았다.”

영국이 정할 어산지 향배…미국? 스웨덴? #74살 부친 "47살 아들 백발, 흰수염 충격" #영 하원의원 70명 "스웨덴서 조사 받아야"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 보호 비용 공개 # #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아버지 존 십턴이 런던 에콰도르대사관에 7년간 머물다 체포돼 수감된 어산지를 호주로 데려오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호주 멜버른에사는 어산지의 아버지는 헤럴드 선과의 인터뷰에서 “호주 정부가 자국민인 어산지에 대해 도움을 주길 바라고, 고국으로 돌아오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6년 줄리언 어산지의 모습 [AP=연합뉴스]

2016년 줄리언 어산지의 모습 [AP=연합뉴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어산지 체포 이후 “호주 정부는 영사 조력이 필요할 경우 제공할 것이지만 특별한 대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호주 녹색당의 리처드 디 나테일 대표는 “어산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원칙이 중요하다. 어산지는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를 공개한 책임이 있는데, 이것은 투명한 민주주의와 공공의 이해에 중요하다"고 ABC뉴스에 말했다. 그는 “호주가 미국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면 그걸 실행할 때”라고 덧붙였다.

 어산지가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는 영국이 결정한다. 영국 노동당 스텔라 크리시 의원 등 하원 의원 70여 명은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어산지가 스웨덴에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BBC에 따르면 이들은 “어산지가 유죄라고 예단하는 것은 아니다 "면서도 어산지의 성폭행 혐의와 관련해 적절한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지난 2010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위키리크스 콘퍼런스를 끝낸 후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스웨덴 검찰은 어산지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2017년 조사를 중단했다. 지난 11일 어산지가 체포되자 피해자 측의 요구로 사건 재수사를 검토 중이다. 공소시효는 내년 8월까지다.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가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

위키리크스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가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

 영국 하원의원들의 이 같은 입장은 어산지가 미국이 아니라 스웨덴으로 먼저 보내져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반대했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스웨덴 송환 여부와 관련해 13일 “법원이 결정할 일지만, 의혹이 있다면 어산지가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으로 보내는 데에는 찬성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어산지의 송환을 이미 영국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스웨덴 검찰도 송환을 요구하면 영국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미국의 어산지에 대한 송환 요청에 대해 다음 달 2일 심리할 예정인데, 6월 12일까지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아산지에 대한 석방을 요청하는 지지자들 [EPA=연합뉴스]

아산지에 대한 석방을 요청하는 지지자들 [EPA=연합뉴스]

 어산지를 런던 대사관에서 보호해온 에콰도르 정부는 비용으로 500만 파운드(약 74억원)가 들었다고 밝혔다고 더선이 전했다. 호세 발렌시아 에콰도르 외무장관에 따르면 대부분인 67억원가량이 보안을 위해 쓰였다. 나머지는 의료와 음식, 법률 자문 비용 등이다. 어산지는 지난해 12월부터는 생활비를 스스로 냈다고 에콰도르 정부는 설명했다.
앞서 마리아 파울라로모 에콰도르 내무장관은 어산지가 대사관에 머물면서 대변을 벽에 칠하는 등 망명자로서 보여야 할 예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산지가 런던 에콰도르대사관에서 키우던 고양이 [AP=연합뉴스]

어산지가 런던 에콰도르대사관에서 키우던 고양이 [AP=연합뉴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