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족사진 같은 단체사진···김정은 뒤, 센터는 김영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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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구성된 국무위원회 위원들과 단체사진을 찍으며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을 자신 바로 뒤, 즉 뒷줄 중앙에 세웠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협상 사령탑인 김영철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던 점을 고려할 때 김영철을 중앙에 배치한 것은 김영철의 면을 세워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 동지께서는 4월 12일 새로 선거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성원들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만나주시고 그들과 함께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으셨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앙통신이 공개한 기념사진은 가족사진을 연상시키는,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됐다. 표정도 대체로 옅은 미소에 가까운, 온화한 표정이었다.

사진 속의 김 위원장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해서 소파에 7명이 서로 거의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깝게 앉고, 그 뒷줄에 역시 7명이 어깨를 밀착시킨 채 섰다.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앞줄 소파 양쪽 끝에, 이수용 당 외교담당 부위원장은 군부 인사들이 있는 뒷줄 오른편에 자리를 잡았고, 김영철 통전부장은 김정은 위원장 바로 뒤 정중앙에 서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 차 회의에 참석해서 한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요구하는 이른바 ‘일괄타결식 빅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남측을 향해선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향후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에 어려움을 예고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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