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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설득에도 트럼프 제자리, 김정은은?

중앙일보

입력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반전은 없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줄곧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북한도 영변 핵단지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 등 하노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 물론, 장외 언론 등을 통한 의견 피력이었다.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한국은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북한의 비핵화, 즉 절충안을 내밀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의 동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안을 들고 미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3차 북미 정상회담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표면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스몰 딜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며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한미 정상, 회담 직후 남북 정상회담 언급 #문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추진하겠다" #트럼프 대통령 "결과 빨리 알려달라" #공개되지 않은 문 대통령 가방 속 당근 있을까

한ㆍ미 정상회담 결과 공은 오히려 한국으로 다시 넘어오는 분위기다. 중재안을 미국이 받아들이기보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또는 남북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라고 요청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귀국하면 본격적으로 북한과 접촉해 조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신속한 추진 구상을 밝혔다. 이번 한ㆍ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속내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면서 북ㆍ미대화 재개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4ㆍ27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을 즈음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다. 북한은 미국이 보낸 실무적 논의제안에 묵묵부답이고, 남측과의 회담이나 협의에도 나서지 않고 있는 등 일단 문을 잠근 모양새다. 여기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한ㆍ미 정상회담 결과가 하노이 회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분석을 고려하면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북한을 불러내는 당근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ㆍ미 대통령이 모두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귀국 가방이 주목받고 있다. 양측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움직일만한 당근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양측 대통령이 회담 직후 공개한 내용만 보면 노 딜(no deal)”이라며 “지금 드러난 것만 가지고는 북한이 아무런 흥미를 느낄 수 없겠지만, 외교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용도 많기 때문에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뭔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각각 미국을 찾아 사전 협의 뒤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귀국한 뒤 특사를 파견하거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한미 정상회담) 정상회담 결과를 전달할 것이고, 북한도 직접 설명을 들은 뒤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론 앞에서 한 양측 정상의 말보다는 남측 당국자의 사후 설명(디브리핑)을 들어보고 지난해 5월 26일처럼 판문점 원포인트 정상회담도 고려할 것이고, 북한의 향후 반응이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말해줄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문 대통령 귀국 직후 북한에 특사 파견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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