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서도 코너 몰린 조국···文은 그를 놓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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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보는 여당내 시선이 심상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사 검증 총괄자’, ‘사법개혁 적임자’. 그를 받쳐온 이 두 축이 흔들리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조국 수석이 정쟁의 발원지”라는 말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인 그는 여러 차례 청와대 참모진 개편 과정에도 건재했지만 최근 들어 계속 코너에 몰리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우선 청문회 국면이 그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2기 내각을 채울 장관 후보자 7명 중 2명(최정호ㆍ조동호)이 여러 의혹으로 낙마한 데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35억 주식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2일 “조국 수석이 검증 작업을 하고 있긴 한가. 이미선 후보자의 주식 과대 보유가 여론의 반발을 살 지 정말 몰랐건 건가”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기류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도 감지됐다. 여야는 법사위 간사 회동에서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야당이 이미선 후보자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 조 수석을 겨냥해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인사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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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 송기헌 법사위 간사는 회의장을 나서며 기자들과 문답 시간을 가졌다.

이미선 후보자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가 많다. 
“계속 나온다. 하지만 주식거래의 불법성은 확인이 안 됐다.”
인사 검증을 맡은 조국 수석을 지키기 위해 이러는 것이냐. 
“민주당 입장에서 조국 수석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법관이 주식을 보유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라도 있나. 부동산을 사면 오르내리듯 주식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청와대에 부적격 의견을 전달했다는데.
“후보자가 정서적으로는 안 맞는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조 수석은 2017년 5월 취임 후 24개월째 민정수석을 하고 있다. 장수의 배경에는 사법개혁 과제를 변함없이 추진해 마무리 짓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 수석은 지난달 9일 팟캐스트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촛불 혁명의 요구”라며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국회에서 빨리 협조해주면 학교로 복귀하는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말도 했다. 검찰 개혁 등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이 끝나면 청와대를 떠나 서울대 로스쿨 교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역시 순탄치 않을 것 같다. 당장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공수처 설치에 대해 “어느 국가에도 없는 설익은 정책”(지난 11일)이라고 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됐다”며 “정에 이끌리기 보단 국민 여론을 먼저 살펴야 한다. 놔줘야 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나 청와대에서 조 수석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도 쉽지 않다. 조 수석에 대한 야당의 사퇴 압박이 심한 것은 거꾸로 그만큼 정치색과 소신이 뚜렷해 팬층이 두텁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조 수석 교체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와 별개로 조 수석의 내년 총선 출마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부산이 내년 총선에서 성패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조 수석 영입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전재수 부산시당 위원장은 “인재영입 가이드라인을 부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정 운영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정했다. 이 기준에 맞는 대표적인 인물이 조국 수석”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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