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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보다 빨리 달려온 강릉 공무원, '동물 1000마리'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동해시 평릉동의 한 야산에서 산불이 마치 폭탄이 폭발하듯 불타오르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동해시 평릉동의 한 야산에서 산불이 마치 폭탄이 폭발하듯 불타오르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강원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일어났을 당시 동물원으로 재빨리 달려가 동물 1000여 마리를 모두 구한 강릉시청 공무원들의 구조 활동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무원들은 소방차보다도 먼저 살수 가능한 방역차를 끌고 동물원으로 달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강릉시에 따르면 지난 4일 자정쯤 강릉시청 축산과 직원들이 옥계면의 한 동물원으로 방역차를 끌고 달려왔다.

과거 옥계면 산업 계장에서 근무했던 최두순 계장은 4일 오후 7시 30분 산불 발생 소식 이후 불이 확산하자 인근 동물원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백현빈 주무관, 이동희 주무관과 함께 동물원으로 달려갔다.

최 계장의 생각대로 불은 동물원 턱밑까지 번지고 있었다. 당시 동물원에는 강아지, 토끼, 햄스터, 앵무새, 날다람쥐, 말 등 동물 1000여 마리가 있었다.

그러나 혼란 속에서 소방관들의 손길이 미처 동물원까지 닿지 못한 상황이었다. 최 계장과 백 주무관은 우선 방역차 호수를 이용해 물을 뿌리며 동물원으로 넘어오는 불길을 잡았다. 이 주무관은 30분 단위로 동물원 주인과 통화하며 산불 상태와 주변 상황을 물었고, 동물원으로 소방차와 추가 방역차를 보냈다.

최 계장 등은 물을 1t가량 담을 수 있는 방역차를 밤새도록 끌고 다니며 동물원 인근으로 번진 불을 껐다. 낮에는 방역차 진입이 불가능한 곳에 곡괭이를 들고 올라가 잔불까지 처리했다. 화재 진압 활동은 4일 자정부터 시작해 이날 저녁 8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이들의 빠른 대처 덕분에 자칫 화마에 휩싸일 뻔했던 동물원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고, 동물 1000여 마리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동물원 주인이 강릉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공개하며 뒤늦게 알려졌다.

동물원 주인은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강릉시청 축산과에서 소방차보다 먼저 살수차를 끌고 오셨다"라며 "이미 산불이 번진 상태여서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상태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거센 화염을 뚫고 들어가셔서 주변에 번지는 산불을 전부 꺼주시고, 주변 민가에 옮겨붙은 불까지 끄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덕분에 동물과 시설물 전부 이상 없다"라며 "발 빠른 초동조치와 실시간 상황판단으로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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