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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적연금 수익률 최하위권, 돈 굴리는 방식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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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금융투자협회]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금융투자협회]

“미국은 7.5%, 일본은 3.2%였는데 한국은 1.9%(2017년 사적연금 수익률)에 그쳤습니다. 이걸로 근로자의 노후 대비가 가능할까요?”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인터뷰 #“퇴직연금 적립금 190조 넘었지만 #저조한 수익률로는 노후대비 못해 #전문가 참여 ‘기금형’ 도입 시급”

권용원(58) 금융투자협회장은 퇴직연금 제도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권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의 퇴직연금은 보수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고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며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자료도 제시했다. 국가별 사적연금 수익률(2017년)에서 한국이 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내용이다. 권 회장은 “과거엔 은행 금리가 높아 정기예금도 안전하면서 훌륭한 저축 수단이었다”며 “이제는 낮은 은행 이자만으로는 노후 준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돈을 굴리는 방식을 원천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회장은 “근로자들은 바쁘기도 하고 퇴직연금 관리에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처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금형’이 도입되면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퇴직연금의 적립금 규모는 190조원을 넘어섰지만 연간 수익률은 1% 남짓에 불과하다. 적립금의 대부분을 은행 정기예금에 맡기는 보수적인 자금 운용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그는 ‘디폴트 옵션(자동투자제)’도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객의 요구가 없더라도 금융회사가 고객의 투자성향 등 기본 설정값(디폴트)을 고려해 자동으로 돈을 굴려주는 제도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권 회장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다른 현안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며 “조속한 법제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9년간 키움증권 사장을 지냈던 권 회장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꼽힌다. 공직(상공부)과 정보기술(IT) 업계(다우기술), 금융 분야를 골고루 거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투협회장 선거에선 3파전 끝에 당초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압승(득표율 68.1%)을 거뒀다. 거창한 구호나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꼼꼼하고 실용적인 성격으로 추진력이 강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말하는 대목에선 자신감을 드러냈다. 축구로 비유하면 월드컵 우승까지는 아직 전력이 부족하지만 한일전에서 일본 대표를 꺾는 것은 노려볼 만하다는 주장이다. 권 회장은 “한국 1위 증권사 그룹(미래에셋)의 자기자본이 13조원 정도로 올라갔다”며 “일본의 노무라(자기자본 2조7000억엔)가 예전엔 까마득한 존재였는데 이제는 한번 해볼 만한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증권사가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에서 대형 건물을 인수하는 것은 더는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며 “지난해에는 프랑스 됭케르크 항구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의 지분도 한국 증권사가 인수했다”고 소개했다.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해선 장기적인 시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솥의 세 다리가 튼튼하게 선 모습을 정립이라고 하는 것처럼 자본시장도 세 축이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며 “증권거래세 인하 등 세제 개편은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 축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적절한 제도와 규제”라며 “세 번째 축은 금융투자회사의 경쟁력인데 현재 기업들은 죽기 살기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정완·정용환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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