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1000억원 넘는 첨단 F-35A, 기체 결함 땐 한국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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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4일 일본에서 열린 F-35A 1호기 도입식 장면. 이 전투기가 지난 9일 태평양에서 실종됐다. [연합]

2018년 2월 24일 일본에서 열린 F-35A 1호기 도입식 장면. 이 전투기가 지난 9일 태평양에서 실종됐다. [연합]

지난 9일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35A 스텔스 전투기 1대가 비행 훈련 중 실종된 뒤 한국 공군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사고가 난 전투기와 같은 기종(F-35A)을 지난달 들여온 지 18일 만에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군은 일단 전력화 일정을 계획한 대로 소화하면서도 미국의 대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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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 따르면 전날 태평양 해상에서 사라진 일본 F-35A는 한국이 지난달 29일 들여온 F-35A와 기종은 같지만, 생산 공장이 다르다. 사고가 난 일본 F-35A는 아이치(愛知)현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에서 면허 생산한 메이드인 저팬(Made in Japan) 1호기다. 반면 공군이 인수한 F-35A 2대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록히드마틴사 공장에서 최종 조립된 것들이다. 공군이 일본의 사고가 당장 F-35A 전력화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그러면서 공군은 일본의 사고 조사와 함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할 계획이다. 일본은 일단 항공자위대의 나머지 F-35A 전투기 12대의 비행을 당분간 중단했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현재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고가 야간 훈련 중 해상에서 일어졌고 교신이 갑자기 끊긴 것으로 봐 일본 항공자위대 측이 F-35A 조종사의 비행착각(vertigo)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06년 6월 공군의 F-15K 전투기 1대도 동해에서 야간 훈련 도중 추락했다. 당시 조종사들이 전투기가 뒤집어져서 날아가는지, 정상으로 날아가는지 혼동을 일으키는 공간 정위 상실 현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날이 진 뒤 바다 위에서 비행할 때 비행착각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공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 공군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미국 태평양 공군사령부에 문의했는데 아직은 미국을 포함해 해당 기종을 운용하는 국가에 대한 비행 중단 권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공군은 이번에 도입한 2대를 4~5월 실전배치하기 위해 조만간 시험 비행을 시작하면서 전력화를 차근차근 준비할 방침이다.

공군의 F-35A 1호기가 2018년 3월 28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록히드마틴사 최종 조립공장에서 열린 출고행사에서 시험비행하고 있다. [사진 방위사업청]

공군의 F-35A 1호기가 2018년 3월 28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록히드마틴사 최종 조립공장에서 열린 출고행사에서 시험비행하고 있다. [사진 방위사업청]

하지만 기체 결함이 원인으로 나타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F-35 계열의 전투기는 개발 단계에서 엔진 결함으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다. 2014년 6월 미국 플로리다 에글린 공군기지 인근에서 F-35A 1대가 엔진의 부품이 떨어져 나간 뒤 연료 탱크와 부딪혔다. 이 사고로 F-35A가 추락했다. 압축 공기가 엔진으로 들어가기 전 거치는 구역에 균열이 발생했던 게 사고 원인이었다.

사고 조사 결과 미국이 F-35 비행 중단 결정을 내리면 설계 과정에서 기체 결함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돼 한국 공군도 비행 중단이 불가피하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모두 105대의 F-35A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해상자위대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 42대를 들여와 이즈모급 헬기 탑재 호위함(구축함) 2척을 항모처럼 활용하려고 한다.

한편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사고 F-35A 전투기의 기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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