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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신차 물량 스페인 가나…협력업체 “줄도산 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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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르노삼성 노사가 9일 오후 2시 임금단협을 재개했다. 견해차가 커 진통이 예상된다. [뉴시스]

르노삼성 노사가 9일 오후 2시 임금단협을 재개했다. 견해차가 커 진통이 예상된다. [뉴시스]

르노삼성 노사가 9일 오후 2시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재개했지만, 견해차가 여전히 크다. 회사 측은 복지 차원에서 근로자에게 제공한 ‘프리미엄 휴가’를 강제 사용하게 해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오는 9월 ‘닛산 로그’ 생산이 중단되는 데다가 내년 생산 예정인 신차마저 해외 업체에 뺏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 물량 감소는 협력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부산·경남지역 260여개 협력업체 직원 1만2000여명의 고용 등 지역경제에도 영향이 클 전망이다.

노사, 협상 시한 넘긴 채 평행선 #협력업체 납품 15~40% 감소 #9일 협상 재개했지만 입장 차이 커 #“본사 신뢰 잃어 물량 확보 난항”

9일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역 협력업체 33곳을 대상으로 긴급 모니터링을 한 결과 납품 물량이 15∼40% 감소해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 수탁기업협의회 나기원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노조가 부분 파업을 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이미 60%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오는 9월 이후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중단되면 공장 가동률은 40% 수준밖에 안 된다. 줄도산이 뻔하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생산 물량 감소로 고용유지에 애로를 겪지만, 르노삼성차 파업이 불규칙하게 이뤄져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협력업체의 한 대표는 “르노삼성 노조가 전면 파업이 아닌 부분 파업을 하면서 생산을 이어가는 바람에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 없다”며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정부에 휴업수당을 신청할 텐데 이마저 받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협력업체는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현대·기아차와 GM 물량을 따올 수 없는 구조여서 업종 전환을 하려 해도 공장 인프라를 바꿀 자금이 없다”고 토로했다.

르노삼성차의 연간 매출은 6조7000억여원으로 부산 기업 중 1위이며, 전체 지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협력업체 매출액만 5000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사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사는 지난 3월 초와 말에 두 차례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모두 결렬됐다. 또 9일 오후 2시 협상을 재개했지만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타결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는 인사경영권의 ‘협의’ 사항을 ‘합의’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인력 200명을 충원하고, 시간당 생산 대수(UPH)를 60에서 55로 낮춰달라는 입장이다. 사용자 측은 해당 조건들을 수용하면 부산공장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 작업 전환 배치 시 노조와의 합의를 받아들인 전례가 없다”며 “회사 경영권 침해가 우려되고, 생산성 저하가 예상되는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프랑스 르노 본사가 제시한 협상 시한인 3월 8일을 한 달째 넘기면서 닛산 로그의 추가 위탁생산은 물 건너간 상태다. 르노삼성은 오는 9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만료된다. 이로써 연간 10만대 로그 생산량이 올해 6만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후속 대책은 없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로그는 작년 기준 부산공장 수출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온 핵심 차종이다”며 “후속 대책으로 지난 3월 공개된 신차 ‘XM3’의 수출 물량을 따내야 하지만 노사 갈등 장기화로 본사의 신뢰를 잃고 있어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2019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XM3의 수출물량이 부산공장이 아닌 스페인 공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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