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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관광청’ 신설해 관광 혁신 새 판 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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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우현 상상감독, 탐나라 상상그룹 대표

강우현 상상감독, 탐나라 상상그룹 대표

“관광은 세계 3대 수출산업 중 하나다. 취업 유발계수가 제조업의 2배가 넘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기회다.” 인천 경원재에서 지난 2일 열린 확대 관광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강조했다. 이낙연 총리와 13개 관광 관련 중앙부처 장·차관,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 관광 유관기관 및 학계 대표, 국회의원들과 기업인들까지 참석했다. 관광산업의 비중을 보여준 자리였다.

거창한 관광 혁신 전략 발표했지만 #컨트롤 타워 없으면 성과낼 수 없어

2022년까지 관광객 2300만 명, 일자리 96만 개 창출을 목표로 국제관광 도시와 관광거점 도시 육성, 국가별 마케팅 강화, 비자발급 개선 등을 담은 대한민국 관광 혁신전략도 발표했다. 전략의 실현 여부를 떠나서 엄청난 국가적 관심만으로도 환영받을 만한데 정작 관광 산업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깡통 호텔’이 속출할 정도로 침체한 관광산업이 이번 전략 발표로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K-POP과 비무장지대(DMZ) 평화관광을 빼면 혁신도 대안도 없는 그저 과거 자료의 짜깁기라는 혹평까지 들린다.

성과를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혁신 전략 성공을 위한 혁신적 상상’ 하나를 보태고 싶다. 혁신의 대상과 목표를 뒤집어 보자는 거다. 이번 혁신 전략을 구상한 대한민국 관광정책의 컨트롤 타워 즉, 행정 조직부터 혁신하자는 뜻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혁신 전략을 대통령 앞에서 발표했더라도 한국관광공사나 지방 관광공사, 전국의 관광지와 사업 종사자를 포함하는 관광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외교·법무·기획재정·행정안전·고용노동·교육·과학·여성·해양·농수산식품·환경·복지에다 지자체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관광산업 유관기관들의 협력을 제대로 끌어내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혁신 전략을 뚝심 있게 실현할 독립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관광산업 유관 기능을 융합한 ‘관광청’을 신설하자는 거다.

관광산업이 세계 3대 수출산업의 하나라는 대통령 시각에 동의한다면 국가 관광체계를 총괄하는 전문적인 컨트롤 타워를 통해 관광입국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중앙과 지방의 관광공사, 각 부서에 흩어져있는 다양한 규제와 지원체제를 일원화하는 원스톱 행정부터 실행하면 관광 생태계 복원이 시작될 것이다.

손님이 늘어 식당이 잘 되면 식자재를 공급하는 농어촌이 활기를 띠고, 그릇가게나 식기 디자인과 금형 산업, 요리학원과 음식문화는 물론 가구와 패션·액세서리까지 도미노 파급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마을과 전통시장 등 관광산업의 저변이 활성화되면서 외국인에게는 신기한 볼거리들이 늘어나고 굵직한 인프라 구축과 평화관광 추진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아이디어 같지만, 요즘처럼 정부 부처 간에 어깃장 놓듯이 손발이 맞지 않는 비능률적 관행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반대로 상상하면 곳곳에서 심각한 엇박자가 현실화될 것이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편리한 만큼 국도변 상권과 마을 관광은 치명타를 입는다. 양양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춘천 패싱’을 막겠다는 제2 경춘국도 예비타당성 면제 구상이 남이섬을 두 동강 내면서 ‘가평을 패싱’한다는 정도는 뉴스도 아니다. 20년 동안 숱한 활성화 정책이 나왔지만, 오히려 한국 관광객이 일본으로 몰려가는 현상을 초래했다. 더이상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일본은 몇년전 관광청을 신설해 큰 성과를 보고 있다.

우리도 관광청 신설이 가능하다면 실천하기 쉬운 정책부터 채택하길 권한다. 첫째, 관광객을 ‘봉’이 아닌 ‘손님’으로 생각하자. 둘째, 관광정책은 틀만 짜고 세부 시행은 민간에 맡기자. 셋째, 공무원과 정치인이 해외 출장 가면 주요 관광지를 반드시 둘러보도록 하자. 보고 듣고 알아야 좋은 정책을 짜고 올바른 지원도 할 수 있지 않겠나.

강우현 상상감독, 탐나라 상상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