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로 8일 체포된 법률가이자 방송인 하일(60·미국명 로버트 할리)씨의 서울 집에서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를 발견해 압수했다. 마약을 산 증거를 없애기 위해 무통장 입금으로 입금한 사실도 확인했다.
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하씨를 체포한 직후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하씨 집을 압수수색했다. 집에서 필로폰 등 마약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 한 개를 찾아 압수했다. 하씨로부터 모발과 소변을 임의로 제출받아 마약 반응 간이검사를 한 결과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하씨의 모발과 소변 등을 보내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인터넷 모니터링 중 수상한 정황 발견 #구매자 수소문하니 '로버트 할리' #공범 여부 및 판매책 등으로 수사 확대
경찰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하씨의 범행을 확인했다. SNS 등 온라인으로 마약을 거래하는 일이 크게 늘면서 경찰은 마약 거래 의심 글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러던 중 '마약 판매책'으로 추정되는 글이 발견했다. 경찰이 이 SNS 계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하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하씨는 지난달 중순 직접 은행을 찾아 이 SNS 계정의 은행 계좌로 현금 수십만원을 무통장 입금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거래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현금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은행 폐쇄회로TV(CCTV)에 입금하는 하씨의 모습이 찍혔다.
이에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8일 하씨를 체포했다. 하씨는 "구입한 필로폰을 집에서 한 차례 투약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하씨를 상대로 정확한 마약 구매량과 투약횟수 등을 조사하고 있다. 예전에도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함께 마약을 투약한 이들이 있는지 등 공범 여부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편 하씨의 친구인 마크 피터슨(73) 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SNS에 "제 친구 하일은 무죄"라며 "그를 아는 사람이 죄인인데 (자신의) 죄를 더 작게 하려고 하일을 (마약 투약자로) 가리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6개월 전 경찰에 다른 연예인이 마약 혐의로 체포되면서 하씨가 연루됐지만, 당시 증거가 없어 마무리됐다"며 "경찰이 연예인 마약을 잡기 위해 하씨를 대상으로 잡고 수사를 지시한 것 같다. 하씨가 누명을 썼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SNS 모니터링 과정에서 하씨가 마약을 산 정황을 포착했고 마약 반응 간이 검사에서도 양성반응이 나왔다"며 "사이버수사대는 온라인 마약 유통을 단속하기 때문에 제보자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선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하씨를 상대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하씨에게 마약을 판 판매책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