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윤중천 오른팔’ 소환…김학의 성폭력 의혹 겨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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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학의

김학의

“백지상태에서 선입견 없이 보고 있습니다.”

2013년 수사때도 주요 인물 꼽혀 #‘성폭력 피해’ 여성과 두터운 친분 #김 전 차관과 윤씨 관계 집중 조사 #이르면 이번주 윤씨도 소환 방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을 재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김학의 수사단’ 여환섭 단장(검사장)이 1일 기자들과 만나 남긴 말이다. 수사단은 여 단장의 공언대로 지난 두 차례 수사기록을 밤샘 검토한 뒤 출범 사흘만인 지난 4일 10여 곳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단의 첫 압수수색 대상은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자택 및 사무실, 경찰청 디지털포렌식 센터 등이었다. 수사단이 김 전 차관과 윤씨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우선 수사력을 모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첫 압수수색을 전후해 수사단은 윤씨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잇달아 소환에 나섰다. 기록 검토를 끝낸 수사단은 ‘김학의 사건’의 키를 쥔 인물로 윤씨의 최측근인 김모(52)씨를 지목하고 5일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씨 지인 등에 따르면 김씨는 사실상 윤씨의 ‘오른팔’이자 최측근이다. 윤씨가 운영했던 건설회사 중천산업개발 사무실은 김씨 소유의 땅과 건물에 들어서 있었다.

수사단은 김씨를 상대로 김 전 차관과 윤씨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단은 김씨를 몇 차례 더 불러 윤씨가 당시 김 전 차관을 비롯한 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로비에 나섰는지, 이 과정에서 성접대나 성폭력 등 성 관련 범죄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검·경의 1차 수사 당시에도 김씨는 사건을 밝혀낼 주요 인물로 손꼽혔다. 김씨는 1차 수사 당시 윤씨에 의해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여성 권모씨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당시 수사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당시 검·경 수사에서 “윤씨와 권씨가 서로 좋아했고 동거까지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김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권씨가 최모씨 등 다른 여성과 공모해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해 ‘무고’한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수사를 벌였다

수사팀이 확보한 권씨와 최씨 두 사람의 통화·대화 녹음 내용엔 “윤중천을 엮어야 한다” “피해자를 2~3명 더 모아야 윤중천을 구속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나온다. 수사팀은 최씨가 김 전 차관과 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점인 2008년 3월, 자신의 삼촌을 윤씨에게 운전기사로 소개해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최씨가 권씨에게 “윤중천과 나는 돈 문제만 빼면 그냥 인간적인 관계다”라고 말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들을 다수 확인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윤씨와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도 최근 과거사위에 권씨 등이 ‘무고’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권고 의견을 낸 바 있다.

‘백지상태’에서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단은 주말 동안 김씨 등 윤씨 주변 인물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압수물 분석에 힘을 쏟았다. 이르면 이번 주 윤씨를 비롯한 핵심 수사 대상자도 잇달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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