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지지율, 대선 득표율로···40%대 무너지면 위기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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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주간 정례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1%로 2년 전 대선 당시 득표율(41.1%)과 비슷했다. 이는 정부가 출범 후 원래 지지층 이외에 문 대통령이 새로 지지층으로 끌어모았던 중도 그룹이 대부분 이탈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2월 넷째 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을 당시 49%에서 5주만에 8%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42%에서 49%로 치솟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청와대가 새로운 국정동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최근 김의겸 전 대변인 부동산 투기 의혹, 장관후보자 낙마 사태 등의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지지율 위기가 심화되는 국면이다.

대통령에게 지지율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춰볼 때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를 넘을 때는 청와대가 드라이브를 걸면 야당이 투덜대긴 해도 어쩔수 없이 끌려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가면 야당의 저항이 본격화되면서 여야의 충돌이 격렬해진다. 지금이 그런 국면이다. 그런데 지지율이 30%대로 내려가면 이젠 여당도 청와대 말을 잘 안듣기 시작한다. 여당내 비주류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자중지란이 벌어지고 레임덕이 발생한다. 역대 정부는 대부분 이와 비슷한 발자취를 남겼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그래서 전문가들은 지지율 40%를 문재인 정부 국정동력 확보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일 “이번 갤럽 여론조사 결과는 이미 핵심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5월로 예정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친문재인계 후보가 어려움을 겪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기획실장은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다는 건 정부에 국민들이 거리감을 두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지지율 40%가 무너질 경우 시기적으로도 총선을 1년 앞두고 있어 민주당 내에서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에서 지지율 40% 하회하면 리더십 위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로 역대 정부는 지지율 40%가 무너지면서 리더십에 부침을 겪은 경우가 많았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을 앞세워 지지율 45% 안팎을 꾸준히 유지했다. 하지만 집권 3년차인 2015년 초반에 40%대가 무너졌다. ‘정윤회 문건 파동’과 연말정산 환급금 감액 후폭풍으로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34%까지 밀렸다. 이듬해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에 제1당 자리를 빼앗겼고 이는 탄핵 사태를 유발하는 환경이 됐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집권 1년차 였던 2008년 ‘광우병 집회’로 순식간에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며 큰 위기를 겪었다.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지율 40%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2010년 당시 여당 의원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MB가 제시한 ‘세종시 특별법 수정안’에 공개 반대하면서 보수 진영이 갈라지며 지지율 40% 선은 다시 무너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시기를 변곡점으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이 친박계로 넘어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여파로 집권 1년차였던 2003년부터 40% 선이 뚫렸다. 취임 당시 지지율은 60%에 달했던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 만에 25%까지 추락했다. 이듬해 이라크 파병(2004년)이 핵심 지지층인 진보 진영의 일부 이탈마저 부르며 노무현 정부도 ‘지지율 40%의 저주’를 풀지 못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지지율이 40%가 안되는 상황에서 주요 국정과제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경우는 없다”며 “문 대통령이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대북관계에 ‘올 인’하는 듯한 국정기조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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