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13곳 모두 운영성과보고서 제출 결정…“평가 수용은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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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자율형사립고학교장연합회 김철경 회장(대광고 교장)을 비롯한 22개 자사고 교장들이 25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인 '운영성과평가'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

서울자율형사립고학교장연합회 김철경 회장(대광고 교장)을 비롯한 22개 자사고 교장들이 25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기준인 '운영성과평가'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

올해 재지정평가 대상인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3곳이 시교육청에 운영성과보고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평가지표 개선을 요구하며 교육청과 대립해온 자사고들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로써 평가보고서 제출을 둘러싼 자사고와 시교육청의 갈등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사고들이 보고서 제출 이후에도 평가지표 수정을 요구하고, 평가 탈락 학교 발생 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라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자교연)는 서울시교육청이 요구한 운영성과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5일 밝혔다. 김철경 자교연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교육청과의 협의를 거쳐 조희연 교육감으로부터 평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이에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사고 폐지를 목적으로 한 부당한 운영성과 평가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청과 수차례 협의했으나 교육청은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0점 처리하겠다’ ‘행정명령 내리겠다’며 자사고를 겁박했다”며 “전날 이뤄졌던 자사고 학부모의 대규모 집회와 현 중3의 고입전형 혼란 등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뇌에 찬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교연 측은 평가보고서 제출이 시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평가를 수용하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보고서 제출 이후에도 부당한 평가지표에 대한 철회·수정 요구는 계속하고, 이후 수용할 수 없는 평가 결과가 나오면 행정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항거하겠다”고 강조했다. 자교연은 이와 함께 시교육청에 ▶평가를 빙자한 자사고 죽이기 중단 ▶평가 기준 재설정 ▶평가위원과 평가 전 과정 공개 등을 요청했다.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사고들이 평가보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시교육청의 재지정평가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평가 대상인 자사고 13곳 모두 이날 운영성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경희고·동성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이화여고·중동고·중앙고·한가람고·한대부고·하나고 등이다.

이종탁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장은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가 다양한 교육활동을 실천했는지, 법적 의무사항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등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당초 계획된 일정에 따라 서면평가·현장평가와 학교구성원 만족도 조사 등을 공정하게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평가에 따른 자사고 재지정 여부는 7월 초 결정될 예정이다. 재지정에 탈락하는 자사고들은 9월까지 일반고에 맞는 고입전형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것으로 평가보고서 제출을 둘러싼 자사고와 서울시교육청의 갈등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평가보고서 제출을 둘러싼 자사고와 시교육청의 갈등은 지난달 25일 본격화됐다. 자사고 측은 시교육청이 재지정 기준점을 60점에서 70점으로 높이고 정성평가 배점을 늘린 것은 ‘자사고 죽이기’라며 평가를 거부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이후 운영성과보고서가 29일 마감 예정이었지만, 이를 제출한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강경하게 맞섰다. “2014년 평가도 기준점이 70점이었고, 교육부 표준안을 따랐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시교육청은 자사고들이 끝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등 행정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시의회도 기자회견을 통해 평가를 거부하는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자사고 평가를 두고 교육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의 장외 여론전도 치열했다. 진보성향의 교육단체 등은 ‘평가를 거부하는 자사고는 즉시 지정을 취소하고, 특권학교를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반면,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평가지표가 부당하다’며 반발해서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4일 운영평가를 거부하는 자사고를 규탄하고 자사고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같은 날 오후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현행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지표 부당성을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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