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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버스 불타" 체험학습 간 학생 29명 극적 탈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전날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동해시 평릉동의 한 야산에서 산불이 마치 폭탄이 폭발하듯 불타오르고 있다. [뉴시스]

5일 전날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동해시 평릉동의 한 야산에서 산불이 마치 폭탄이 폭발하듯 불타오르고 있다. [뉴시스]

강원도 속초로 체험학습을 떠난 중학생들이 간밤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학생들 모두 무사히 귀가했지만, 탈출 과정에서 학생들이 탄 버스가 불에 타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5일 새벽 강원도 속초와 고성 일대로 현장체험 학습을 떠난 경기 평택 현화중 2학년 학생 199명을 태운 버스 3대가 불길에 휩싸였다. 차량 뒤쪽으로 옮겨붙은 불이 순식간에 버스를 집어삼킨 것이다. 다행히 학생들은 모두 대피한 상태였다. 이 불로 버스 한 대가 전소했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모두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측의 빠른 판단과 버스 기사의 기지 덕분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학생들은 여행 이틀째인 지난 4일 저녁 고성군의 한 리조트 지하 1층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당일 저녁 강원도 일대 산불과 관련해 재난문자가 날라오는 등 상황이 긴박해지자, 학교 측은 레크리에이션을 중단하고 즉각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두줄로 나란히 선 학생들은 허리를 숙인 채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속버스 7대에 차례로 올라탔다. 학교 측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판단, 리조트에서 약 10㎞ 떨어진 숙소 대신 곧바로 평택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대는 이미 ‘불바다’인 상태로 탈출을 위한 운행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시내 한 거리에는 피난길에 오른 차들이 뒤엉켜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앞서 달리던 버스 4대는 시내를 빠져나왔지만, 나머지 버스 3대는 도로를 점령한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고성 방향으로 차 머리를 돌렸다.

이 가운데 버스 4대 중 한 대 뒤쪽 엔진 부근에서 불꽃이 보이더니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 버스에는 학생 29명과 교사 및 안전요원 3명이 타고 있었다.

화재 때문인지 버스 자동문도 작동하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급하게 차 문을 수동으로 열었고, 학생들은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왔다.

다른 차량에 있던 교사들이 소화기를 들고 불이 난 버스로 급하게 달려갔지만, 버스는 순식간에 거센 불길에 휩싸였다.

김기세 현화중 교감은 “도로를 지나오며 산 쪽에서 날아온 불씨가 버스에 붙었던 것 같다”며 “불이 나자 긴장해 우는 학생도 있었고, 소량의 연기를 마신 학생도 있었지만, 모두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감은 “버스가 불에 휩싸이기 전에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와 천만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나머지 버스 3대에 올라탄 학생들은 이날 오전 2시 30분쯤 학교에 무사히 도착했다. 비슷한 시각 후발대 버스 3대(학생 80여명)는 고성의 한 리조트로 향했다.

학교 측은 119를 통해 안전한 도로 안내를 받으며 귀가를 서둘렀고, 오전 4시 20분쯤 무사히 평택에 도착했다. 학교 앞에는 무사귀가를 바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부모들로 북적였다.

학교 측은 밤사이 상황과 관련해 학부모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위치 등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4일 기준 현장체험학습을 목적으로 강원도 속초와 고성 부근에 있던 학교는 현화중 외에 안성시 명륜여중(학생 141명)과 동두천시 보영여중(학생 110명) 등 2곳이다.

이들 모두 체험학습을 중단하고 귀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 교육청은 현재 강원도로 체험학습을 떠난 학교가 더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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