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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회장"내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안락한 전기차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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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기차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가솔린에서는 뒤졌지만 전기차만큼은 미국을 앞서겠다는 각오다. 중국의 전기차를 대표하는 회사가 바로 선전의 BYD다. 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왕촨푸(王傳福)회장이 서울에 왔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낸털 호텔에서 열린 제8회 한·광동 발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BYD 4년째 전기차 세계 판매 1위 아성 #"스마트카 시대 차가 생활 주공간될 것"

그는 우선 회사 상황을 얘기했다.

“지난해 24만7000대의 전기차를 만들어 팔았다. 4년 연속 글로벌 넘버원이다. 선전의 대중 버스와 택시는 100% BYD 전기차다. 앞으로 중형 트럭 전기차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궤도 철도·경전철·모노네일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선전에서 굴러다니는 버스와 택시가 모두 전기차라는 말에 200여 명의 청중들은 귀를 세웠다.

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낸털 호텔에서 열린 제8회 한·광동 발전포럼 패널토의에서 BYD 왕찬푸(王傳福)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차이나랩]

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낸털 호텔에서 열린 제8회 한·광동 발전포럼 패널토의에서 BYD 왕찬푸(王傳福)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차이나랩]

세계 전기차 판매왕 왕촨푸, 그가 생각하는 전기차 철학은 뭘까. 함께 들어보자.  

“지금까지 전기자동차는 에너지 절감에 초점을 맞춰왔다. 앞으로는 스마트화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핸드폰에 생활의 많은 기능이 들어가듯 전기차에도 스마트 기능들이 접목되고 있다. 차에서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스마트한 환경이 자동차 안에 조성되고 있다. 완벽한 센서 개발로 교통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BYD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산 업체다. 중국 시장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만큼 중국 시장 1위 메이커가 세계 시장도 석권하고 있는 양상이다. BYD는 전 세계 33개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및 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다.

2018년까지 BYD가 판매한 전기차는 전 세계 50여 개국, 45만여 대에 달한다. 중저가형 전기차 부문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유럽시장에 진출한 BYD 전기버스 [사진 셔터스톡]

유럽시장에 진출한 BYD 전기버스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전기차 업계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업고 급성장했다.  

왕 회장은 "BYD의 발전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선전시 당국은 BYD가 만든 전기 버스와 전기 택시를 받아줬다. 정부의 보조금이 있었고, 정부가 제품을 사줬기에 성장이 가능했다. BYD의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 B2G(Business to Government)라고 하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 상위 10위 중 5개사가 중국 기업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의 수혜를 입고 10여년 만에 폭풍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래서 트럼프의 공격을 받고 있지만 말이다.

 4일 한-광동 발전포럼에서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중국의 미래 산업을 이끌고 있는 광둥성과 한국 기업 간 제4차산업혁명 분야 협력 기회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도 광둥성-홍콩-마카오 연안에 형성되고 있는 대만구(大灣區) 경제지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사진 차이나랩]

4일 한-광동 발전포럼에서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중국의 미래 산업을 이끌고 있는 광둥성과 한국 기업 간 제4차산업혁명 분야 협력 기회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도 광둥성-홍콩-마카오 연안에 형성되고 있는 대만구(大灣區) 경제지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사진 차이나랩]

그러나 꽃길만 있는 건 아니다. 

2020년부터 중국 정부는 전기차·밧데리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끊는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50% 지원금이 줄었다. 홀로서기가 코앞이다. 내년 보조금 절벽을 맞게 되면 경쟁력 있는 상위 업체 빼고는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왕촨푸의 대답은 이렇다. “매출이 80만~90만대 규모가 되면 정부 지원 없이도 흑자를 낼 수 있다. 우리는 2020년 90만대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문제 없다.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BYD도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보조금 없이 가성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시장에 증명해야 한다. 실제로 전기버스 분야에선 떨어지는 이익률을 반등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BYD는 이제 한국의 전기차 관련 시장을 야금야금 공략해나가고 있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은 이미 중국 전기차 업체가 지난해 기준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비야디(BYD)는 제주, 중퉁(中通)자동차는 경기, 하이거는 서울 경남 등 지역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등 업계에선 중국제의 가격 경쟁력을 위협 수준으로 보고 있다. 최대 1억원 가량 싸다고 한다. 전기버스를 채택하는 지자체로선 비용 절감 효과 때문에 국산을 고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기차와 전기버스 수출을 위해 2016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BYD는 중소형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맞춰 올해부터 부품과 관련 솔루션 사업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BYD의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에서 보조금 자격을 획득하며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BYD는 자동차통제장치(MCU)와 기어박스, 전기차 전력공급 장치 등 전기차 부품 사업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가 전기차냐, 수소차냐를 두고 멈짓멈짓하다간 미래차 시장을 모두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3월28일 BYD 발표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3.3%. 2017년 4분기 5.8%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가성비 경쟁력의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기술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여 원가를 절감하든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가격을 떨어뜨리든가 BYD는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BYD가 한국 시장 안착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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