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아기와 본회의 출석’ 불허…신보라 “국회 현주소 씁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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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김경록 기자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김경록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 6개월 된 아들과 함께 출입하게 해달라는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청을 불허했다.

문 의장은 이날 박수현 비서실장과 권영진 의사국장을 신 의원실에 보내 정중하게 사유를 설명하고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고 국회가 전했다.

앞서 신 의원은 아들과 함께 본회의에 출석해 자신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제안 설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문 의장에게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문 의장은 공문을 통해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원과 의안 심의에 필요한 필수 인원만 본회의장 출입을 허용하고 있고, 국가원수급 또는 이에 준하는 의회 의장 등 외빈의 국회 방문 시 제한적으로 본회의장 출입을 의장이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법에 따르면 영아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의안 심의가 불가능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한 ‘24개월 이하 영아의 회의장 동반 출입 허용’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 운영위원회가 현재 논의 중이기 때문에 의장이 이를 선제적으로 허가하는 것은 다른 의원들의 입법 심의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 의장은 “신 의원의 요청은 최근 저출산 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 사회가 양육 친화적인 사회 환경 조성,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국회법 개정의 조속한 논의를 운영위에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정녕 ‘노키즈존’이 되려는 건가”라며 “국회의 현주소를 본 것 같아 씁쓸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신 의원은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일과 육아의 병행을 포용하지 못하는 직장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라며 “국회 본회의장 아기 동반 출석을 통해 워킹맘들의 고충을 알리고, 가족 친화적 일터의 조성이 절실하다는 것을 호소하고자 출석허가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미국, 호주, 뉴질랜드, 유럽의회 등 다른 나라에는 자녀동반 출석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가장 선진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할 국회가 워킹맘에게 냉담한 한국사회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또 문 의장이 국회법 개정이 논의 중이라 어렵다고 한 것에 대해 “국회의장이 가진 재량과 권한을 굉장히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개정안은 의원의 아기에 한해서 출입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하자는 것인데, 개정안을 핑계로 되려 국회의장이 스스로의 권한에 한계를 짓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회는 사회 변화에 발맞춰 낡은 법과 제도를 바꾸어 사회적 변화를 추동하는 공간”이라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워킹맘으로서 저 국회의원 신보라는 국회부터 가족친화적인 일터,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국회의 문을 다시 두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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