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지진은 인재…특별법 제정하라" 포항서 3만명 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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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덕산동 육거리에서 열린 포항 11·15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덕산동 육거리에서 열린 포항 11·15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경북 포항 중심가인 육거리에 포항시 추산 3만여 명(경찰 추산 5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지진 피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인구 50만여 명인 포항시에서 단일 집회에 이 정도 규모 인파가 몰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인구 50만 도시 포항서 전례 없는 집회 규모 #포항시장·시의회의장 나란히 무대서 삭발도 #"포항시 앞장서 연내 보상 이뤄지도록 노력"

‘포항 11·15 지진 범시민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주최한 이번 집회에선 포항시 공무원들과 지역 관변단체, 정계·노동계 인사들이 대거 몰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포항 육거리에 있는 포항중앙상가 실개천거리 700여m를 따라 운집했다. 이들은 ‘지진 피해 특별법을 제정하라’ ‘무너진 지역경제 살려내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같은 내용이 적힌 만장이나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집회 장소 곳곳에선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진 지진 피해 특별법 제정 촉구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피해를 본 주택의 사진들을 전시하기도 했다.

2일 경북 포항시 북구 육거리에서 열린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한 시민이 지진으로 파손된 주택 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2일 경북 포항시 북구 육거리에서 열린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한 시민이 지진으로 파손된 주택 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이날 집회에서 시민들이 제정을 촉구한 특별법은 김정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포항 북구)이 대표 발의한 ‘포항지진 특별법안’을 말한다. 특별법안은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과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등 2개 법안으로 구성돼 있다.

포항지진 특별법안은 2017년 11월 15일과 지난해 2월 11일 포항에서 발생한 각각 규모 5.4, 4.6 지진으로 경제적·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피해 구제와 생활·심리안정 지원이 주된 내용이다. 또 지진의 발생원인과 책임 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포항지진 특별조사위원회’를 독립기구로 설립하도록 규정했다.

2일 오후 경북 포항 북구 덕산동 육거리에서 열린 11·15지진 정부배상과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포항 시민들이 정부 배상을 촉구하는 함성을 외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포항시 추산 3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뉴스1]

2일 오후 경북 포항 북구 덕산동 육거리에서 열린 11·15지진 정부배상과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포항 시민들이 정부 배상을 촉구하는 함성을 외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포항시 추산 3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뉴스1]

집회에는 지진 피해를 본 대동빌라 주민과 인근 고등학교 학생, 지열발전소와 인접해 있는 한동대학교 학생 등이 무대에 올라 직접 겪은 피해 사례와 정부의 답답한 후속 대응에 대해 성토하는 순서가 마련됐다. 이들은 “유례가 없는 지진으로 집이 부서지고 가족들이 공포에 떨며 살아왔는데 그것이 무리한 지열발전소 건설로 인한 인재(人災)란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위는 대정부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결의문을 통해 “지진이 지열발전소로 촉발됐다는 정부조사단의 발표 이후 보여준 정부의 태도에 시민들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조속히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모습에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해 포항시민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집회에선 대책위가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보고하고 포항시와 포항시의회, 지역 정계 인사들이 국민청원 동참을 유도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우리의 소원은 특별법’으로 개사해 노래를 부르고 ‘소망 풍선’을 날리는 행사도 진행했다. 특히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이 무대에서 삭발하기도 했다.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육거리에서 옛 포항역까지 약 1㎞ 거리를 행진했다.

2일 경북 포항시 북구 육거리에서 열린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삭발한 이강덕 포항시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2일 경북 포항시 북구 육거리에서 열린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에서 삭발한 이강덕 포항시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이 시장은 “시민과 국민을 지키는 것이 지방정부가 할 의무인데 지방정부의 장이 이를 완벽히 수행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여야가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에 공감하고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포항시가 앞장서서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배상과 보상이 가급적 연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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