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월 중 철거 시작하는 100년 홍등가 대구 '자갈마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월 중 자갈마당 철거 시작한다"

대구 도심의 성매매 집결지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연합뉴스]

대구 도심의 성매매 집결지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연합뉴스]

100년 넘은 홍등가인 속칭 '자갈마당' 불이 이달 중 꺼진다. 자갈마당 일대에 주거시설을 짓기로 한 민간개발 업체가 본격 철거를 시작하면서다. 자갈마당은 대구시 중구 도원동 골목이다. 마당이라는 글자 앞에 '자갈'이 붙어 민속 마을 같은 이름 같지만, 사실은 영남권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 중 하나다.

도원개발 측 "소유권 97%. 이달 중에 철거 착수" #착공 후 44개월 후면 주상복합아파트 준공 가능

도원개발 이병권 대표는 2일 "4월 셋째 주쯤 자갈마당 일대 건물 등에 대한 철거를 시작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도원개발 측은 대구시에 자갈마당을 포함한 주변 1만9080여㎡ 개발을 위한 사업승인을 신청했다. 이곳에 5개 동으로 이뤄진 아파트 886가구(오피스텔 256호 별도)를 짓겠다면서다.

지하 6층, 지상 49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다. 완공은 착공일로부터 44개월 뒤라고 시에 알렸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 2~3월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조건부 건축심의 의결을 마친 상태다. 현재 마지막 사업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결격 사유가 없으면 5월 중 사업승인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도원개발 관계자는 "자갈마당을 포함해 사업 대상지 97%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상태여서 사업승인 절차와 상관없이 철거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했다.

대구 자갈마당 일대에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의 조감도. [사진 도원개발]

대구 자갈마당 일대에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의 조감도. [사진 도원개발]

"부동산 개발로 홍등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100년 넘은 성매매 집결지가 부동산 개발에 떠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성매매 방지 특별법 시행 이후, 대구시와 경찰 등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해 노력해왔다. 폐쇄회로TV(CCTV)를 자갈마당 출입로 4곳에 달고, 밤에 골목이 환하도록 가로등 270여개를 달았다. 성매매하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고사작전이다. 또 수시로 현장 단속을 하고, 문화예술 전시관인 '아트스페이스'를 자갈마당 한가운데 조성하기도 했다. 2004년 60여개 업소(350여명)에서 현재 10여개 업소(30여명)로 규모를 줄이는 성과는 냈지만, 완전히 홍등가 불을 끄진 못했다. 지금도 드문드문 자갈마당에서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는 이유다.

자갈마당 입구에 주상복합개발 사업승인 신청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자갈마당 입구에 주상복합개발 사업승인 신청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한복에서 드레스로, 평상복으로 

홍성철 작가의 『유곽의 역사』에 따르면 자갈마당의 시작은 1908년 일제강점기 직전 일본인들이 만든 야에가키초(八重垣町) 유곽이다. 야에카키초는 줄임말인 '야에' 유곽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당시에도 '자갈마당'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조선 후기 대구는 서문시장을 필두로 거대 상권을 이뤘다. 일본인들이 부산에 이어 대구에도 많이 살았다고 한다. 유곽이 대구에 생긴 배경이다.

자갈마당은 당시 이 일대에 자갈이 많아 유래된 이름이다. 유곽을 만들면서 복숭아나무를 베어내고 황해도에서 가져온 자갈을 깔아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과 기생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걸을 때 소리가 나는 자갈을 깔았다는 설이 있다. 자갈마당은 해방 전까지 성업하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떠나고 침체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 번 운영되기 시작한 유곽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947년 공창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당국의 묵인 속에 자갈마당의 운영은 계속됐다.

자갈마당 여성들은 1970~80년대엔 주로 한복을 입고, 1990년대엔 드레스, 최근엔 치마나 바지 같은 평상복을 입고 남성을 기다린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했을 때는 자갈마당에 여성들이 1000명 가까이 있었다고 한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