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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홍 망명정부 제안, 김정남·황장엽 거절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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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에이드리언 홍

에이드리언 홍

지난 2월 스페인 북한대사관 침입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에이드리언 홍(사진)이 2009년 서울에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만나 북한 정권을 대체할 망명정부 설립을 설득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1일 밝혔다. 탈북민 관련 사정에 밝은 이 소식통은 “에이드리언 홍이 황 선생에게 북한 망명정부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식통 “국제사회 주목 받기 위해 #자유조선 스페인 대사관 습격”

탈북민 출신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에이드리언 홍이 황 선생을 만나는 자리에 나도 있었다”며 “그러나 황 선생은 ‘북한을 떠나 대한민국으로 왔는데 무슨 임시정부냐’면서 버럭 화를 냈다”고 전했다. 황 전 비서는 이듬해인 2010년 10월 노환으로 사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앞서 지난달 28일 “에이드리언 홍이 수년간 북한 망명정부 수립을 추진했으며, 김정남에게 망명정부의 지도자가 돼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이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하기 전 에이드리언 홍으로부터 망명정부 권유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WP는 두 사람이 만난 정확한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에이드리언 홍과 황 전 비서 이야기를 전한 소식통은 “자유조선은 국제사회로부터 조명받기 위해 대사관 습격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해외 탈북민으로 구성된 단체가 언론 조명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면서다. 에이드리언 홍은 탈북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활동해 온 대표적인 북한 인권운동가다. 이번 습격 사건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밝힌 자유조선의 지도자 격으로도 알려져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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