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4번째 자식’ 인보사, 경영은퇴 행보 발목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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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2017년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사업보고서를 받은 날짜인 ‘981103’ 숫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인보사는 4번째 자식"이라고 말했다. [사진 코오롱]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2017년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사업보고서를 받은 날짜인 ‘981103’ 숫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인보사는 4번째 자식"이라고 말했다. [사진 코오롱]

“인생의 3분의 1을 인보사 개발에 투자했다. 인보사는 내 4번째 자식이다.”

19년간 1100억 쏟아부은 역작 #일각선 “경영 떠났어도 책임”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하한가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은 2017년 충주공장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깜짝 은퇴선언’을 했던 이 전 회장이 ‘자식’처럼 애정을 쏟았던 인보사로 인해 향후 행보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보사케이주(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해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받은 퇴행성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지난달 2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주성분인 형질전환세포(TC)가 식약처의 시판 허가 당시 제출 자료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판매 중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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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은퇴를 선 언하며 코오롱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인보사는 자타공인 재임 시절 최대 ‘역작’으로 꼽힌다. 1996년 당시 그룹 부회장이던 이 전 회장은 부친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을 이어받으며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바이오산업’을 꼽았다. 98년 그룹 내 참모들의 만류에도 이 전 회장은 인보사 투자와 개발을 결정했고, 19년 동안 1100억원을 쏟아붓는 열정을 보였다.

이 전 회장은 퇴임 선언 이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인보사 3상(실험)이 진행 중이고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도 상장에 성공했다. 내가 27년간 투자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주주이자 투자 최종 결정권자란 점에서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을 떠났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 지분 14.40%, 코오롱 티슈진 지분 17.83%를 갖고 있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코오롱이며, 이 회장은 ㈜코오롱 주식의 49.74%를 갖고 있다.

1일 오전 코오롱생명과학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보사는 성분의 유래(명칭)만 잘못 기재됐을 뿐, 환자가 맞은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2017년 식약처 시판 허가를 받았을 때와 구성 성분이 바뀐 적이 없으며 최초 임상시험 이후 시판까지 11년 동안 3458명에게서 부작용 보고 사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식약처가 판매중지를 하면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약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관련주는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가격제한폭(29.92%)까지 떨어진 5만2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인보사의 미국·유럽 판권을 보유한 코오롱티슈진도 하한가까지 떨어져 2만4150원에 장을 마쳤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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