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학에도 김정은 위원장 명의 ‘남조선 체제 전복’ 대자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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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부산 지역 대학 2곳에 붙은 대자보.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달 31일 부산 지역 대학 2곳에 붙은 대자보.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지역 대학 2곳에도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 등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부착됐다. 지난달 31일 목포, 순천 등 전남 지역 대학 7곳에서 ‘김정은 서신’이 발견된 이후 두 번째다.

보수단체 ‘전·대·협’ 450여 대학에 대자보 부착 예고 #앞서 전남지역 등 대학에서 '체제 전복' 대자보 발견 #경찰 “대자보 회수하고 용의자 추적” #국가보안법 저촉은 안돼…모욕죄 적용 여부 검토 #

1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쯤 부경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 대자보 2장이 부착됐다. 같은 날 오후 11시 15분쯤 부산 사상구 신라대학교에도 같은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대·협 명의로 작성돼 있다. 전대협이 김 위원장의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자보에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이윤추구를 박살 냈다’는 등의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김 위원장 명의의 3대 강령’을 소개한 대자보에는 ‘전·대·협’이라는 이름으로 촛불 집회 동참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부산 경찰청 관계자는 “대자보를 회수하고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해 부착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한 대학에서 역시 1일 김정은 서신을 표방해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쯤 인천시 계양구 경인여자대학교 정문에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은 것을 학교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종이 2장으로 이뤄진 이 대자보에는 각각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과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라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인천경찰청 보안수사대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건은 아닌 것으로 보고 수사 부서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목포 지역 3곳에서 같은 대자보가 부착된 것을 시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날 순천, 광양·영암 등 전남 지역 대학 7곳에 같은 대자보가 붙어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동일 단체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대자보를 붙인 전·대·협은 1987년 결성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로 반(反) 문재인 결사체를 표방하고 있다. 해당 단체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을 풍자한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를 붙인 우파단체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과 강원도 원주의 대학 20여 곳에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으며, 전국 450여 대학에 대자보를 붙이겠다”고 알린 바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29일 밤부터 전국 대학 400여 곳에 대자보를 붙이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대자보를 회수하고 전대협의 실체 추적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지문감식과 CCTV 분석을 바탕으로 대자보를 부착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검토한 결과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이적표현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추가 조사를 통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인천=이은지· 최은경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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