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배출 줄었다지만 지난달 서울 초미세먼지는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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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으나, 미세먼지 오염은 오히려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한강변을 시민이 걷고 있다. [뉴시스]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으나, 미세먼지 오염은 오히려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한강변을 시민이 걷고 있다. [뉴시스]

국내 대기오염 배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정부가 밝히고 있으나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은 최악으로 치닫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월평균 농도는 ㎥당 4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부터 초미세먼지 농도를 공식 측정한 이래 서울의 월평균 농도로는 가장 높은 것이다.
지금까지 월평균치로는 2017년 3월이 40㎍/㎥로 가장 높았다.
2015년 3월에는 30㎍/㎥, 2016년 3월 32㎍/㎥, 지난해 3월에는 35㎍/㎥였고, 올해는 45㎍/㎥로 점차 악화하는 추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지난달 5일에는 서울의 초미세먼지 일평균치가 135㎍/㎥까지 치솟아 2015년 관측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연도별 1~3월 3개월 평균치를 보더라도 2015년과 2016년 28㎍/㎥, 2017년 34㎍/㎥, 지난해 32㎍/㎥, 올해 40㎍/㎥로 점차 악화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월은 39㎍/㎥, 2월은 35㎍/㎥로 올해 1~3월은 평균적으로 '나쁨(36~75㎍/㎥)'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 '매우 나쁨(76㎍/㎥ 이상)'을 기록한 날도 모두 9일로 지난해 전체 4일보다 훨씬 많다.

서울시 초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는 2015년 23㎍/㎥, 2016년 26㎍/㎥, 2017년 25㎍/㎥, 2018년 23㎍/㎥로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강화한 초미세먼지 연간 환경기준치는 15㎍/㎥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1995~2017년 장기 추세로 보면 서울의 초미세먼지가 연평균 0.9㎍/㎥씩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2012~2017년에는 연평균 0.3㎍/㎥씩 증가하는 추세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세먼지 배출량 9.4% 줄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학용 위원장을 비롯한 한정애, 김동철, 신창현, 문진국 의원 등 환노위 위원들이 지난달 29일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통합대기질예보센터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에 대해 브리핑 받고 있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실 제공=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학용 위원장을 비롯한 한정애, 김동철, 신창현, 문진국 의원 등 환노위 위원들이 지난달 29일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통합대기질예보센터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에 대해 브리핑 받고 있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실 제공=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오염배출량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굴뚝 자동측정기기(TMS)가 부착된 전국 6266개 사업장 지난해 대기오염 연간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33만46t을 배출해 2017년보다 3만1413t, 9%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TMS로 측정한 대기오염 물질은 질소산화물·황산화물·먼지·불화수소·암모니아·일산화탄소·염화수소 등 7종이다.

환경부는 특히 미세먼지 오염과 관련된 먼지·황산화물·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최근 4년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들 세 가지 오염물질은 2015년 40만892t에서 2016년 39만8992t, 2017년 35만8313t, 지난해 32만6731t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또 2017년부터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본격 시행한 덕분에 지난해 국내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이 2014년보다 9.4%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은 29만 3557t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는 2017년 9월 정부가 수립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의 기준 연도인 2014년 배출량 32만 4109t보다 9.4% 줄어든 수치다.

풍속 감소·숨은 배출원도 많아 

지난 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내 수도권대기오염집중측정소 미세먼지 측정기. 이날 서울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수준을 보였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내 수도권대기오염집중측정소 미세먼지 측정기. 이날 서울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수준을 보였다. [연합뉴스]

이처럼 배출량은 줄었지만, 오염은 심해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등 다양한 원인을 지목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2012년 이후부터 기상 요인이 배출량이 저감된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불리하게 작용했다”며 “풍속 감소로 정체 현상이 잦아지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2차 생성되는 미세먼지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아직 관리가 안 되는 국내 오염원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전국에서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공장은 5만7500여 곳에 이르지만, 굴뚝 자동측정기기(TMS)를 부착해 오염물질 배출 감시를 제대로 하는 곳은 626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배출량 자료 자체가 불확실성이 큰 데다가, 지난 석 달 동안 배출량의 변동이 없더라도 기상 요인에 의해 고농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상황”이라며 “우리가 고려하지 못한 배출원을 더 파악해서 저감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나 북한 등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내려갔지만, 올해 1∼2월에는 다시 올라갔다.
1월 초미세먼지 농도는 52㎍/㎥로 1년 전의 34㎍/㎥보다 50% 넘게 상승했고, 2월에도 53㎍/㎥로 지난해 2월의 50㎍/㎥보다 높아졌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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