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 "반군 세력 사살"…인권단체 "희생자는 무고한 농민들"

중앙일보

입력

필리핀 중부 네그로스섬에서 경찰의 발포로 숨진 사람들의 신원을 두고 엇갈린 주장이 나왔다.

경찰은 이들을 공산 반군 추정 세력이라고 했지만, 인권단체는 사망자들이 무고한 농부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에 평화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필리핀 공산주의단체 멤버들 [AP=연합뉴스]

정부에 평화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필리핀 공산주의단체 멤버들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전날 필리핀 중부 네그로스섬 3곳에서 가택수색을 하던 중 자신들을 공격한 이들을 향해 발포했고, 이 과정에서 공산 반군으로 추정되는 1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경찰 대변인은 "그들은 우리 작전팀에 맞섰고 우리는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며 "몇몇은 농부이지만 그게 몇 명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전은 네그로스 섬 반군 공격에 대한 대응이었다면서 "경찰관 1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또 다른 12명을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그들(사살된 사람들)은 토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농부들일 뿐"이라며 "연로한 이들도 포함된 이들은 무방비 상태였다. 대량학살"이라고 반박했다.

사탕수수 산업 중심지인 네그로스섬은 부유한 지주와 극빈층 농장 근로자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최근 토지 소유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필리핀에서는 1969년부터 벌어진 공산 반군의 무장투쟁으로 지금까지 4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8월 정부와 공산 반군은 평화협상을 시작하며 휴전에 합의했지만 지난해 11월 평화협상이 백지화하면서 다시 서로 총구를 겨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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