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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회자’가 그런 뜻이었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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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온갖 범죄의 온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마약 유통과 경찰 유착 등 다양한 의혹에 휩싸인 ‘버닝썬’ 얘기다. 이 말대로라면 범죄의 온상인 버닝썬이 칭송의 대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뜻이 돼 버린다. 버닝썬 사건은 회자될 수 없다.

‘회자(膾炙)’는 회와 구운 고기라는 의미다. 오래 사랑받으면서 사람들이 즐기던 음식이란 점에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몽키뮤지엄이 버닝썬의 실소유주란 의혹이 불거지며 회자되고 있다” “승리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과거 빅뱅의 멤버들이 물의를 일으킨 사건도 회자되고 있다”와 같이 표현하면 안 된다.

부정적이거나 나쁜 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땐 ‘회자’란 말을 사용할 수 없다. “그의 미담은 오늘날까지도 회자된다”처럼 쓰인다.

반대로 “구설에 오르다”는 안 좋은 일로 남의 얘깃거리가 될 때 사용한다. 이를 “구설수에 오르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이고 ‘구설수’는 그런 말을 들을 운수다.

“구설에 오르다” 대신 “말밥에 오르다” “입길에 오르다”로도 표현한다. ‘말밥’은 좋지 못한 이야기의 대상을, ‘입길’은 남의 흉을 보는 입놀림을 이르는 말이므로 안 좋은 일로 다른 사람의 말거리가 될 때 쓸 수 있다. “입방아에 오르내리다”도 사용할 수 있지만 ‘입방아’의 대상은 나쁜 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어떤 사실을 화제로 삼아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뒷이야기를 할 때 두루 쓰인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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