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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곽 티슈’가 아니라 ‘갑 티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화장실에서 쓰는 화장지, 즉 둘둘 말아놓은 화장지를 뭐라 불러야 할까? ‘두루마리 화장지’ ‘두루마리 휴지’ 등과 같이 대부분 바로 대답한다. 맞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화장대나 거실 등에 놓여 있는, 네모난 작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화장지는 뭐라 불러야 할까? 아마도 대답을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잠시 고민을 한 후 ‘곽 티슈’나 ‘각 티슈’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곽 티슈’나 ‘각 티슈’라는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정확한 이름은 ‘갑 티슈’ 또는 ‘갑 화장지’다.

‘곽 티슈’라고 하는 것은 ‘갑’을 ‘곽’이라고 부르는 데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곽’은 ‘갑’을 잘못 표기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즉 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는 ‘곽’이 아니라 ‘갑’이 바른말이다. 그러므로 ‘곽 티슈’가 아니라 ‘갑 티슈’라고 해야 한다.

‘각’은 사전을 찾아보면 상자와 관련한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곽’을 ‘각’으로 발음하다 보니 ‘각 티슈’라는 말을 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각 티슈’ 역시 바른말이 아니다. ‘곽 티슈’나 ‘각 티슈’가 아니라 ‘갑 티슈’라고 해야 한다. 국립국어원은 ‘티슈’가 외래어여서 ‘화장지’로 바꿔 부를 것을 권하고 있으므로 ‘갑 화장지’라 부르면 더욱 좋다.

우유를 담는 종이 용기를 가리킬 때도 이와 비슷하게 ‘우유곽’ ‘우유각’이라고 쓰기 십상이다. 이 역시 잘못된 표현이므로 ‘우유갑’이라 해야 한다. ‘우유갑’은 한 단어로 굳어졌다는 판단 아래 사전에 하나의 표제어로 올려 놓았다. ‘우유 갑’처럼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써야 한다.

그렇다면 ‘성냥곽’ ‘분곽’은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다. 성냥을 넣어 두는 작은 종이 상자는 ‘성냥갑’, 얼굴빛을 곱게 하기 위해 얼굴에 바르는 분을 담는 조그만 용기는 ‘분갑’이라고 하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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