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88올림픽 선수단 열차로 서울 보내려다 北반대로 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김일성 주석(가장 오른쪽)과 중국 덩샤오핑(鄧小平·가장 왼쪽)의 1991년 10월 만남이 중국 시사 격주간지 '세계지식' 최신호에 소개됐다. [연합뉴스]

북한 김일성 주석(가장 오른쪽)과 중국 덩샤오핑(鄧小平·가장 왼쪽)의 1991년 10월 만남이 중국 시사 격주간지 '세계지식' 최신호에 소개됐다. [연합뉴스]

중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을 열차에 태워 한국에 보내려 했으나 북한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내용의 외교문서가 공개됐다.

31일 외교부가 공개한 1988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주 파키스탄 한국대사대리는 1988년 8월 7일 외무부 등에 보낸 전문에서 사흘 전 주 파키스탄 중국대사관 참사관에게 들었다며 "중국이 철도편으로 북한과 판문점을 경유하여 올림픽 선수단을 서울에 보내려고 북한과 교섭했으나 북측이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보고했다.

중국대사관 참사관은 북한의 서울올림픽 불참 결정을 두고 "어느 면에서 보나 잘못된 것으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처사"라며 "한국 측 제의대로 몇 개 종목을 할애받으면 북한이 충분히 체면 유지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대권력을 가진 김일성에게 올바른 정책 건의를 하지 못하는 북한 체제의 경직성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했다"며 "남북한 간 교류와 협조의 획기적 호기를 놓쳤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열차를 이용해 서울올림픽에 참가하려 했다거나 이와 관련해 북측과 논의한 정황은 다른 외교문서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아 이를 사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시 88서울올림픽에 참가한 중국 선수단은 항공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남북은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공동응원단을 보낸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20년의 시차를 두고 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서울, 서울→베이징을 열차로 이동하는 구상이 있었던 셈이다.

제24회 서울 올림픽 개막식 행사. [연합뉴스]

제24회 서울 올림픽 개막식 행사. [연합뉴스]

중국 최고지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은 북한의 서울올림픽 참가를 독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1981년 9월 제24회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선정된 이후 '자본주의 국가가 사회주의 국가를 잠식할 것'이라는 이유 등을 내세워 서울올림픽 개최를 반대해오다가 1985년 7월부터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공동개최 등을 논의할 남북체육회담이 1986∼1987년 네 차례 열리기도 했지만 여의치 않자 북한은 '남한이 단독으로 개최하는 올림픽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런 가운데 88올림픽 개막을 두 달쯤 앞둔 7월 20일 주미대사가 외무부 장관에게 보낸 문서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그해 6월 중국 베이징(北京)의 북한대사관을 통해 김일성 주석에게 서울올림픽 참가를 독려한 것으로 미국 국무부는 파악하고 있었다.

덩샤오핑의 메시지는 '북한도 평화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한 세계적 노력에 동조하라'는 취지였으나 그해 7월 초까지 김 주석으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의 메시지가 구두였는지 문서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미 국무부 측은 "정보 출처를 밝히기 어렵지만 확실한 내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미대사에게 외부 유출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