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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장관 후보자들 불똥 우려…김의겸 사의 즉각 수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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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호 05면

29일 자진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김 대변인은 재개발 지역 고가 건물 매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연합뉴스]

29일 자진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김 대변인은 재개발 지역 고가 건물 매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연합뉴스]

재개발 지역 고가 부동산 매입 논란으로 투기 의혹을 받아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자진 사퇴했다. 전날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신고에서 배우자 명의로 은행에서만 10억2080만원을 대출받아 지난해 7월 서울 흑석동에 25억7000만원짜리 2층 상가 건물을 구입한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장관 후보 7명 청문 보고서 불투명 #여당 지도부, 청와대에 우려 전달 #야권 “투기 의혹 전방위 조사” 공세 #정의당 ‘데스노트’ 1순위 최정호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른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매일 아침 열리는 현안 점검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오후엔 춘추관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는 “어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여러분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쓰고 비서실장에게도 보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사실도 공개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과 점심 식사 후 경내 산책을 좀 했다”며 “대통령이 걱정의 말씀을 하시더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대변인에게 “이제 어디에서 살 것인가”라고 물었고, 김 대변인은 “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찌감치 점찍었을 정도로 신뢰하는 참모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재개발 지역 부동산 매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야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워낙 거세자 문 대통령도 사의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김 대변인의 사의를 즉각 수리한 것은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투명한 국회 상황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이 사퇴하지 않고 계속 버틸 경우 장관 후보자 방어에도 벅찬 여당 입장에선 더욱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다소 투기적 성격의 부동산 매매 과정이 있었다고 언론을 통해 확인한 뒤 여러 경로를 통해 청와대 측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대변인이 전격 사퇴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 됐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와 민주당 지지율은 43%와 35%로 2%포인트씩 하락해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주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부인이 지역구인 용산구 땅에 투자해 16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잠실·분당 아파트와 세종시 펜트하우스 분양권 등을 보유해 다주택자 논란을 빚었다. 최 후보자는 민변·경실련 등 시민단체로부터도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더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 인사 참사 규탄대회’를 열고 두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비중이 덜한 후보자 한두 명은 희생양을 삼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현재로선 문 대통령이 김 대변인 사의 표명을 디딤돌로 삼아 장관 후보자 7명 전원을 임명하는 강수를 둘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언제부터인가 청문회가 인신공격과 신상털이의 장으로 변질됐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적격이든 비적격이든 청문 보고서에 의견을 담아 의사 표명을 해야 된다”며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야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얼렁뚱땅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김 대변인 투기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김 대변인 배우자가 10억원을 대출받을 당시 K은행 성산동 지점장 김모씨는 김 대변인의 군산제일고 1년 후배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출 과정에서 법률적 하자나 특혜 소지가 없었는지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최정호 후보자를 낙마 대상자 1순위로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의당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최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며 “장관 후보자 7명 중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와 자료를 보며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논란이 된 후보들의 임명에 반대했고, 이들은 어김없이 전원 낙마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정의당 데스노트(Death Note)’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정의당 관계자는 “당내에선 박양우·조동호 후보자도 낙마 대상자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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