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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식당들, 사형선고 받았지만 어쩔 수 없어 버티는 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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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나현철
나현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

음식점 경기가 최악이다. 임대료와 인건비, 원자재값이 줄줄이 오르고 ‘혼밥’과 ‘혼술’ 등 소비 트렌드가 달라진 탓이다. 각종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93.7(2015년=100, 불변지수 기준)을 기록했다. 2년 연속으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수치는 13년 전인 2005년(94.2)과 비슷한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2018년 4분기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가 64.2를 기록해 조사를 시작한 2016년 1분기 이후 최저치였다고 밝혔다.

[나현철의 직격 인터뷰] #김영란법·최저임금 인상 타격 #음식점 수 일본과 같은 70만개 #교육 강화로 실패 확률 낮추고 #지역·업종별 차등임금 필요

경기 흐름상 이들의 경영 여건이 나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 음식점들의 연합회인 한국외식업중앙회 제갈창균 회장을 만나 음식점 경기 실태와 대책을 들어봤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음식점 경기가 어려운 것은 기본적으로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지만 김영란법과 최저임금 등 정책 요인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음식점 경기가 어려운 것은 기본적으로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지만 김영란법과 최저임금 등 정책 요인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요즘 음식점 경기가 말이 아니라는 아우성이 많다. 실제 협회를 운영하면서 보면 어떤가.
“말도 못한다. 회원사가 힘드니 중앙회도 편할 리 없다.”
어려움이 드러나는 수치가 있나.
“회원사가 가장 많았을 때는 42만이 훨씬 넘었다. 그러나 최근엔 41만8000개로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김영란법, 미투 파문 등이 모두 외식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협회 회원들은 자영업자 가운데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나.
“70~75%가 소형 자영업자들이다. 주인의 학력이 높고 가게 규모가 크면 협회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해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댈 데가 없고 외로운 분들이 단체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점이 어려운 이유가 뭔가.
“우선 김영란법으로 고객 1인당 음식 단가가 크게 떨어졌다. 미투 파문으로 회식이 많이 사라졌다. 주로 회식자리에서 성 관련 추행과 범죄가 많이 발생하니 기업들이 많이 없앴다. 설상가상으로 최저임금이 2년 새 30% 넘게 올랐다. 영세 음식점들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어느 정도인가.
“협회 산하 기관인 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음식점 업주의 60%가 종업원 월급보다 적게 번다고 한다. 더 일찍 출근해 더 열심히 일하는 데도 그렇다. 평균적으로 업주의 근무시간은 종업원의 1.3배, 근무 강도는 1.1~1.5배다. 그런데도 부부가 함께 월 400만원을 못 번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
바닥으로 가는 외식 경기

바닥으로 가는 외식 경기

그중 소비 트렌드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물론 그런 것도 있다. 혼자 먹고 혼자 마시는 경향이 커지다 보니 가정 간편식 시장이 벌써 3조원 규모라고 한다. 출퇴근 시간 없이 자유롭게 근무하는 대기업이 많아지고 있으니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연 75조가량인 음식점 매출엔 당장 지장을 준다.”
3자의 시각에서 보면 음식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건 맞다. 대한민국 음식점이 70만 개다. 국민 65명당 하나꼴이라고 한다. 이 사람들이 하루 두끼를 다 사 먹어도 경영이 어렵다. 하지만 현실이 그런가. 집 밥 먹는 사람, 도시락 먹는 사람도 많다. 이웃한 일본의 음식점 수가 우리와 같으니 한국 음식점들은 일본보다 2.7배의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음식점 수를 좀 줄여야 한다는 얘긴데.
“오죽하면 우리가 음식점을 신고제로 허용하지 말고 예전처럼 허가제로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겠나.”
그렇게 장사가 안되면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게 문제다. 자영업, 특히 작은 식당 하시는 분들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어 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사를 그만두면 그냥 놀아야 한다. 게다가 그동안 투자한 게 다 날아간다. 집기며 권리금이며 심지어 간판까지…. 어쩔 수 없이 버티는 거다.”
식당 운영에서 중요한 점이 뭔가.
“일단 맛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경영도 중요하다. 종업원을 잘 관리해야 한다. 사장이 직접 가격도 열심히 알아보고 시장도 다니면서 좋은 물건을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장이라고 나태해지면 고객들이 금세 알아채고 찾지 않는다.”
조리 기술과 관리를 모두 익히는 게 쉽지는 않겠다.
“그렇다. 음식점을 하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외식업에 대한 교육도 받고 정보와 책도 찾아보고 현장체험도 해봐야 한다. 알아야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다. 나는 처음에 중국음식점을 했는데 요리사들의 텃세가 대단했다. 명색이 사장인데 주방에도 못 들어가게 하고 재료도 자기들이 결정하고 그러더라. 조리기술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인력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았다. 가불을 해주면 다음 날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사람을 구해 유지했다.”
이래저래 음식점이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딱히 대책이 있을까.
“가장 바람직한 건 경기가 살아나 시장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이 이쪽으로 가진 않을 것 같으니 대비가 필요하다. 새로 진입하려는 분은 준비를 철저해야 한다. 그냥 다른 거 할 게 없어서, 놀기 뭐해서 음식점이나 하자고 하면 100%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교육이 전혀 없나.
“법적으로 6시간, 그것도 인터넷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식품위생법에 의한 식중독 교육 정도다. 그 시간에 음식이나 경영에 대해 뭘 알 수 있겠나. 또 교육 이후 시험처럼 결과를 내는 과정이 없다. 그냥 접속해서 보면 다 가게를 차릴 수 있으니 의미가 없다. 2박 3일 정도로 교육을 강화하면 이 시장에 뛰어들 때 실패의 위험이 적어질 것이다. 정부 차원의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
그래도 지금 있는 음식점들이 다 살아남긴 어려울 텐데.
“그게 핵심이다. 시장이 작아지고 손님은 줄어드는데 경영 비용은 오히려 커지니 문제다. 주 52시간 근무만 해도 음식점 특성상 밤늦게까지 손님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법을 지켜야 하니 종업원들이 남아 있지 않다.(4인 미만 업소는 특례 적용을 받아 예외다) 최저임금도 너무 급하게 올려 버틸 수가 없다. 경기 악화로 문 닫는 음식점이 늘어나면 본인도 손해지만 사회적으로도 큰 자원 낭비다.”
다른 요인은 없나.
“법이 제대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바로잡아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과 함께 4대 사회보험 적용 압박도 커졌다. 그런데 현실에선 신용불량자라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종업원이 많다. 보험 가입비용을 주인과 종업원 반반이 아니라 주인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주인의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완화할 대책은 부족하다. 예컨대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은 월급 210만원 이하인 사람이다. 하지만 실제로 음식점에서 실제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급이 250만원 정도 된다. 그래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음식점들이 수두룩하다.”
정부에 바라는 것은.
“어려운 사람도 먹고살아야겠지만 그렇다고 힘없고 백 없는 음식점주들이 다 짊어질 순 없다. 정부가 속히 최저임금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업종별이나 지역별, 연령별 차등화가 필요하다. 또 너무 급하게 올리니 일자리가 줄어든다. 또 65세 이상인 사람들이 간혹 젊은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는데 서비스업이 아니면 딱히 일자리가 별로 없다. 하지만 고용주는 기왕이면 같은 금액이면 젊고 활력 있는 사람을 쓰려고 하니까 일거리를 찾지 못한다. 정부가 이런 점에서 대안을 찾아주면 좋겠다.”

◆ 제갈창균 회장

1949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40년 넘게 음식점을 경영했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공동상임대표, 3대 30년 전통업소 선정 자문위원 등을 하다 2014년 5월 4년 임기의 한국외식업중앙회장에 당선됐고 지난해 연임했다.

나현철 논설위원
※ 박규민 인턴기자가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