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관계자 "'김학의 사건' 당시 경찰 여러명 돌아가며 수차례 청와대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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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지난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임명 당시 경찰의 청와대 보고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전직 경찰 관계자로부터 "당시 경찰 간부와 수사 실무팀 여러 명이 수차례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김학의 전 차관 수사를 맡았다는 전직 경찰 관계자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청 고위 간부와 실무를 맡은 경찰 여러 명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수차례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청와대에 보고하러 간 것인지 어떻게 알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청와대에 다녀온 실무 직원에게 직접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당시 경찰청 고위 간부에 대해서도 "청와대로부터 호출을 당해 대면보고를 하거나 전화통화를 한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경찰청 고위 간부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김기용 전 경찰청장 역시 지난 26일 JTBC와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 임명 전 그의 ‘별장 성범죄’ 의혹 관련 첩보가 청와대에 여러 차례 전달됐다"는 내용을 밝혔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뜬구름 잡는 허황한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동영상에 대한 소문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에 물어봤지만, 경찰은 내사하고 있는 게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이어 “경찰 측에서 계속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말하는데 언제 누구한테 보고했는지를 알아야 답변을 할 수 있다. 민정수석실에서는 경찰청 고위 간부를 부른 적도 없고 청와대로 들어오는 모든 보고가 민정수석실에 오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내용을 경찰로부터 보고받은 시점에 대해서는 “임명 후에 받았다”고 선을 그었다. 곽 의원은 “임명 전 경찰이 확실한 자료가 있다고 보고했으면 해당 관서에서 감찰 지시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에 참여한 수사관은 "청와대에 보고하러 갔다 온다고 하면 어느 부서, 누구 만나는지는 묻지 않는다. 이건 보안상 불문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3월 21일 김학의 차관이 임명된 지 8일 만에 사퇴하자 인사검증을 담당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때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김 전 차관을 13일에 임명했는데 그날까지 경찰에서 전혀 수사나 내사하는 게 없다고 답변했다”며 “김 전 차관은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의혹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2012년 11월 처음 사건을 인지했으나 언론 보도가 나온 뒤인 3월 18일 내사에 들어갔다.보통 경찰이 사건을 인지하면 정보국에서 첩보를 입수한 뒤 내사에 착수한 후 수사를 시작한다. 첩보 단계에서는 증거가 없을 수 있지만 내사나 수사 전환을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을 위한 특별수사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앙포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을 위한 특별수사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앙포토]

김 전 차관 수사에 참여했다는 다른 수사관은 "지금 당시 청와대와 경찰 양측이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진상조사단이 나서야 한다"며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곳에서 협조 요청이 온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과거사위원회로부터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라는 권고를 받은 검찰은 특별수사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검찰총장과 수사 주체에 대해 협의했다"며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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