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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 '손혜원 부친'·'김원봉' 독립유공자 답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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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연합뉴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연합뉴스]

피우진 보훈처장이 손혜원 무소속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과 김원봉 선생 독립유공자 서훈 수여 등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다. 피 처장은 2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손 의원의 부친 고 손용우씨를 지난해 독립유공자로 선정한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손용우씨는 일제강점기 복역한 항일독립운동가지만, 광복 뒤 조선공산당 활동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독립유공자 보훈심사에서 6차례 탈락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독립유공자 서훈심사기준이 ‘북한 정부 수립과정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 경우’로 완화돼 지난해 7번째 신청에서 유공자로 선정됐다.

김 의원은 “경찰 자료를 보면 (손 의원 부친은) 1947년 입북하고, 6·25 전쟁 때 북한과 접선해 활동했다는 혐의가 있다”라며 “대한민국 근본을 파괴한 간첩 혐의자다. 간첩도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피 처장은 우선 “간첩이나 김일성은 보훈 대상자가 아니며, 될 가능성도 없다”면서도 “(손 의원 부친은) 청년단체 활동을 놓고 증언 기록이 상반돼, 그 신빙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심사위원회가 판단했다”며 선정 이유를 해명했다.

그러자 정태옥 한국당 의원이 “‘사회주의자’ 기준 완화는 ‘손혜원 봐주기’로 의심받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어 정 의원은 김원봉 선생의 독립유공자 서훈 수여 가능성을 묻기도 했다.

정 의원은 피 처장이 과거 페이스북에 '김원봉 등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쓴 글을 화면에 띄우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을 한 김원봉 선생 서훈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의열단장을 지낸 김원봉 선생은 해방 후 월북해 북한 최고위직을 맡은 바 있다.

피 처장은 정 의원의 질문에 “의견을 수렴 중이며 가정해 대답할 수 없다.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하긴 했지만 “(서훈 수여) 가능성은 있다”고 답해 다시 한번 소란이 일었다.

이에 정 의원이 ‘김일성도 독립운동에 큰 역할을 했는데, 같은 논리라면 김일성도 훈장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피 처장은 “우리가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북한 정권에 기여했다고 해서 (서훈 수여를) 검토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북한과 6·25전쟁을 치렀지만, 그런 부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은 통합의 의미도 있다. 그 시대에 공헌 있는 분을 그 자체에 대해 기려가면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피 처장의 답변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답변 과정에서 피 처장이 여야 의원의 질문을 끊는 일이 반복돼 여야 의원들이 사과나 유감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제가 국회의원 경력이 얼마 안 됐지만, 보훈처장이 보여주는 태도와 같은 사례를 본 적 없다”면서 “지금 이 자리가 보훈처장이 답변하는 자리인지, 처장이 의원에게 질문하고 저희가 답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피 처장은 “질의 가운데 끼어들어 제 의견을 말씀드린 것은 유감이라 생각한다. 질의를 다 듣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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