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은경 영장기각 판사 결정 존중"…검찰 개혁 드라이브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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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6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 관련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영장 전담판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앞으로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적법하게 행사될 수 있는지 법원이 그 기준을 정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장과 임원에 대한 임명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변인의 입장 발표에 대해 “짧지만 많은 내용이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이다. 이미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 정부 때는) 정권의 ‘전 정권 인사 몰아내기’를 ‘직권 남용’으로 수사하겠다는 검찰발 뉴스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며 “법이 바뀌지 않은 이상 검찰은 과거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지난 20일 김의겸 대변인도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됐던 25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높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한 강한 수사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할 소지가 있다”며 “검찰이 향후 진행될 검찰 개혁을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바꿔 개혁에 저항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中)이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에 앞서 회의 진행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전국평검사들과의대화[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中)이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에 앞서 회의 진행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전국평검사들과의대화[청와대 사진기자단]

실제로 문 대통령은 공저자로 참여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노무현 정부 때 실패했던 대검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 “대선자금 수사를 거치면서 추진력을 잃어버렸다. 그 뒤로 중수부 폐지를 얘기하면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나 길들이기 차원으로 오도되는 바람에…. 그게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한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환경부 장관의 ‘체크리스트’ 존재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박근혜 정부 때의) ‘블랙리스트’처럼 한 것이 아니다”라며 “산하기관 인사가 어떻게 돼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장관의 당연한 기본 임무로, 그것을 안 했다면 도리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영장 기각에 대해 “한 마디로 청와대의 압박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생각한다. 이 정권의 사법부 겁박은 농단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대변인은 물론 전 청와대 수석까지 지낸 분까지 앞장서서 압박했다”며 “(영장 기각은) 블랙리스트에 관여된 660명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특히 “전 정권 시절에 노태강 문화부 국장에게 압력을 종용한 장관은 다 사법처리됐다. 동일 안건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된 것은 유감”이라며 문화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이번 환경부 사건을 직접 비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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