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손바닥 안 보여줄것"···미쓰비시 보복카드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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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전범 기업 상대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에 참여할 피해자 접수가 25일 시작됐다. 이날 광주시청 민원실에서 국외 노무 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소송 신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제 강점기 전범 기업 상대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에 참여할 피해자 접수가 25일 시작됐다. 이날 광주시청 민원실에서 국외 노무 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소송 신청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법원이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미쓰비시중공업의 재산 압류 결정을 내린 사실이 25일 알려지자 일본 정부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을 시정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원고 측에 의한 압류 움직임이 진행되는 것은 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이란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관련 기업과 긴밀히 연락하겠다”며 “일본 정부로서도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결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응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스가 장관은 “어느 시점에서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우리 측 손바닥 안을 보이는 것은 삼가고 싶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미쓰비시 상표권 압류에 반발 #“한국 정부 조치 않고 손 놓고 있어” #아소는 이미 송금 정지 등 거론 #일본 일각선 보복 실행에 신중론

징용 배상 관련 압류 결정은 지난 1월 신일철주금에 대한 압류 결정 이후 두 번째다. 당시 법원은 신일철주금의 관계사(전신인 신일본제철과 포스코가 제휴해 설립한 PNR) 주식 처분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당시에도 스가 장관은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관계 각료들이) 협의하겠다”고만 밝힐 뿐 즉답을 피했다.

스가. [사진=지지통신 제공]

스가. [사진=지지통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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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이미 구체적인 대항 카드를 준비해 뒀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은 정부 관료로서는 처음으로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언급해 한국을 향한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아소 재무상은 지난 12일 중의원에서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의 정지, 비자의 발급 정지라든지 여러 보복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경 발언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아태지역 다자경제협력체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때 일본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일본 정부가 이런 보복 조치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표적인 지한파 기업인인 다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 전 한국후지제록스 회장은 “양국 경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양국 모두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며 대항조치 불가론을 ‘문예춘추’(4월호)에서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미쓰비시 중공업에 대한 압류 결정과 관련, “우리 정부로서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치유 및 한·일 관계를 고려하면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며 “금번 조치에 대해서는 사법절차인 성격을 감안해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정부 당국자는 압류 결정을 놓고 “정부가 피해자든, 사법부든 조율해 줘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사법부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지난 1월 8일 한일청구권협정상의 외교적 협의를 요구한 데 이어 지난달 2월 외교 협의를 재차 요청한 상황이다. 이달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도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다만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외교적으로 최대한 노력한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강제징용과 관련,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은 13건으로 원고만 900여 명에 이른다. 이낙연 국무총리 산하에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지만 특별한 입장 표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상진·이유정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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