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피해 여성, 윤중천의 '노예' 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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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성접대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여성들을 상대로 권총 협박까지 하며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윤씨의 협박 속에서 여성들은 탈출할 엄두도 못 내고 현대판 성노예 생활을 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4년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한 여성 이씨의 변호를 맡았던 박찬종(80) 변호사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씨는 윤씨의 노예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씨가 당시 강원도 원주 별장과 서울에서 김 전 차관에게 성폭력을 당하고도 저항할 수 없었던 것은 윤씨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윤씨가 권총으로 협박하는 등 이씨가 갇혀 있던 곳은 폭력성과 강제성 그 자체였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이씨는 2006년 6~7월쯤 지인 소개로 윤씨를 알게 된 뒤 윤씨의 수법에 걸려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2008년 윤씨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지만, 윤씨가 이씨의 나체 사진과 성관계 영상 등을 공개하겠다는 등의 협박으로 이씨를 놓아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3년 ‘김학의 동영상’이 세상에 알려졌을 당시 이씨를 조사한 경찰도 박 변호사 주장에 동의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당시 이씨를 수차례 조사한 경찰관은 매체에 “이씨가 윤씨의 꼭두각시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상습강요 혐의를 적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진술했지만, 검찰은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검찰이 이씨에게 ‘왜 원주 별장에서 탈출하지 않았느냐’, ‘왜 그때 고소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쳤다고 박 변호사는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경찰 조사에서 이씨를 비롯해 피해 여성들은 윤씨 근처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등 극도의 두려움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폭행과 협박이 일상화된 탓이었다고 박 변호사는 설명했다. 다만 당시 경찰은 여성들의 진술만으로 윤씨의 폭행, 협박 혐의를 범죄사실에 적용할 수 없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씨가 윤씨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김 전 차관이 인지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입증된다면 특수강간 혐의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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