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통쾌한 복수의 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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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강전> ●탕웨이싱 9단 ○안국현 8단

10보(157~174)=안국현 8단은 탕웨이싱 9단의 손목을 비틀어 그를 점점 옴짝달싹 못 하게 하고 있다. 이 얼마나 기다렸던 통쾌한 복수의 순간인가. 1년 전 그는 탕웨이싱 9단에게 막혀 결승 진출이 좌절됐고 다시는 살면서 복수의 기회가 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날의 뼈저린 패배를 곱씹으며 몇번이고 속으로 괴로움을 삼켰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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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린 것처럼 복수의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평소 무던한 성격의 안국현 8단도 다시 돌아온 이 기회만큼은 절대로 놓치지 말자고 속으로 독한 마음을 먹었다. 준결승 상대가 탕웨이싱 9단으로 결정된 이후로는 이날이 오기 전까지 수없이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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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현 8단은 바둑을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백이 162로 넘어가자 흑은 지켜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단 흑은 가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163으로 이었다. '참고도' 흑1로 중앙부터 지키면 이후 수순으로 흑이 파탄에 이르기 때문. 하지만 164도 흑이 절실하게 먼저 지키고 싶은 것이 자리였다.

이어 날라온 백 164, 166은 흑의 약점을 후벼 파는 결정타. 174까지 수순으로 안국현 8단은 더욱 날카롭게 탕웨이싱 9단의 여린 속살을 파고든다. 그의 예린 칼날이 탕웨이싱 9단을 아프게 한다. 바둑은 종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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