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항 지진 대책위, 시작부터 '잡음'…여당·시민단체와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7년 11월 15일 지진으로 무너진 포항시 북구의 건물들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 15일 지진으로 무너진 포항시 북구의 건물들 모습. [연합뉴스]

포항에서 '촉발 지진' 피해배상책을 요구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새롭게 구성됐다.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시민단체로, 그동안 지열발전소에 의한 지진을 주장해 온 주요 시민단체는 "우리를 배제한 채 갑자기 새 관변 단체가 만들어졌다.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촉발 지진' 특별법 등 대책마련 위해 #포항시장 범시민대책위원회 발족하자 #1300여 명 지진 소송 주도해온 범대본, # "이름도 '범대위'로 비슷하게 지어, 황당"

지난 23일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지역발전협의회 회의실에서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의 출범식이 열렸다. 범대위는 지난 2017년 11월 15일 북구 흥해읍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에 대한 피해배상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다.

범대위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 박명재(포항남·울릉, 자유한국당)·김정재(포항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 지역 주요 인사들이 자문위원으로 참가하며 시민·경제·종교·청년 단체 등 각계각층 인사 60여 명이 포함됐다. 포항시의회 전·현직 의원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을 개발·토론하는 포항시의정회 공원식 회장 등 4명이 범대위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이들은 지난 20일 포항 지진이 '촉발 지진'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줄 소송이 예고되자, 정부와 지진 이재민 모두 복잡한 소송절차를 줄일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을 촉구할 방침이다.

포항지진 원인. [연합뉴스]

포항지진 원인. [연합뉴스]

포항시장 등 지역 주요 인사가 자문위원으로 있는 시민단체가 새롭게 구성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지진 직후부터 1년 넘게 지진 원인 규명과 손해배상 소송을 주도해온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범대본은 이날 성명서에서 "명칭도 '범대본'와 흡사한 '범대위'로 정했더라"며 "추운 겨울 지열발전소가 원인이라는 전단지를 돌리고 서명을 받았던 범대본 등 시민단체들에게는 범대위에 참가하라는 말도 없이 대표성을 가진 시민단체를 발족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범대본은 그동안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고 주장해왔다. 범대본은 지난 1월 1만명의 서명을 받아 지열발전소 운영중단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지열발전소 건설이 중단됐다. 지난해 10월에는 1227명의 소송인단을 구성해 지진규명 및 지진피해 손배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지진 원인 규명과 소송에 미온적이던 포항시가 갑자기 '지진 대책을 주도하겠다'며 시민단체를 구성했다"며 "범대본을 배제하고 관변단체가 무엇을 주도하려고 하는지 해명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이날 대한지질학회는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이날 대한지질학회는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범대위는 주요 시민단체와의 공조 논란 외에 내부에서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기로 한 여당인사와 야당인사가 포항 지진의 책임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발족식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포항지진을 이명박 정부 등 전 정권 탓으로 돌려 불쾌했다"며 "지진 가해자는 지열발전사업을 강행한 정부이고 피해자는 포항시민이기에 정권 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북지역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11시쯤 자신의 SNS에 "김정재 의원님. 지열발전소 촉발 지진이 문재인 정부 책임입니까? 갈 데까지 끝까지 한 번 가봅시다"라는 글을 올리며 맞섰다.

이에 대해 공원식 범대위 공동대표는 "범대본의 경우 소송을 주도하는 시민단체고 우리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이기에 성격이 달라 차후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며 "여당 인사의 경우 여러 논란이 있지만 참석 의사는 밝힌 상태다"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